[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영화 ‘기적’(감독 이장훈)에서 라희(임윤아)는 고등학교 입학 첫날부터 준경(박정민)의 엉뚱한 모습을 눈여겨본다. 나름대로 치밀한 분석을 거친 끝에 준경이 천재라고 확신한 후 그에게 접근하기 시작한다. 준경과 태윤(이성민), 보경(이수경)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기적’에서 라희는 준경을 외부 시선으로 보여주는 렌즈다. 준경의 뮤즈를 자처하는 수동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라희를 연기한 배우 임윤아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임윤아는 라희를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대본을 읽고 느낀 라희의 매력을 영화에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다. 대본을 보고 눈물을 보인 영화는 ‘기적’이 처음이라고 했다.
“‘기적’은 제 마음을 울리는 영화였어요. 대본을 읽으며 울었던 작품은 기적이 처음이었어요. 대화나 인물 표현이 잘 그려진 것 같았어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마음보다 이렇게 좋은 작품에 참여하는 의미가 가장 컸을 정도죠. 시사회로 ‘기적’을 보신 분들이 이런 영화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세요. 예고편이나 소개글로만 보면 뻔한 스토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뒤에 담겨 있는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라희는 처음부터 사랑스럽고 당돌한 캐릭터로 다가왔다. 임윤아가 느낀 라희의 매력을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게 연기했다. 따로 계산을 하진 않았다. 스스로 느낀 그대로의 감정을 표현해보려고 했다. 라희가 왜 준경의 뮤즈를 자처하는 꿈을 꾸게 됐는지도 고민했다.
“라희는 누군가에게 애정을 쏟고 이끌어주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지 않나 생각도 들었어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주는 걸 좋아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아마 준경이를 만나지 않았으면 뮤즈를 꿈꾸지 않았을 것 같아요. 준경이의 매력에 반했기 때문에 라희도 스스로에게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지 않았을까요.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아낌없는 에너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모두에게 뮤즈가 되고 싶은 인물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임윤아는 그룹 소녀시대로 알려졌지만, 데뷔와 동시에 연기 활동도 꾸준히 병행했다. 연기 활동이 가수 활동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 영화 필모그래피도 이제 세 편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더 많이 배우길 바란다고 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본다.
“작품을 선택할 때 성장할 수 있는 면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는 편이에요. ‘기적’에서 연기한 라희가 캐릭터 면에서 제 전작과 비슷하다고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에 경북 사투리에 도전해야 했고, 순수하고 귀여운 캐릭터였다고 생각해서 선택에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회사와 저의 의견이 한 번에 일치한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했고요. 그동안 연기 활동이 적었다고 생각하니까 아직 더 배워야 할 게 많다고 생각해요. 한 걸음, 한 걸음 잘 배우면서 걸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임윤아는 ‘기적’ 출연을 결정하고 평소 친분이 있는 배우 손예진에게 연락을 했다. 손예진이 ‘기적’ 연출을 맡은 이장훈 감독의 전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손예진은 촬영할 때 행복할 거라고 응원했다.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촬영 현장에 가니까 이장훈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감성과 제가 좋아하는 감성이 많이 겹치더라고요. 현장에서도 모두를 다 챙기시고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어주는 부드러움이 있으셨던 분이고요. 감독님 매력이 ‘기적’에 다 담겨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신기하게도 모두가 ‘기적’ 촬영 내내 행복했고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말하고 있어요. 그만큼 정말 행복한 기억이 많았어요. 정말 또 좋은 인연이 생긴 것 같아요. 감독님이 다음에 또 작품을 하신다면 꼭 한 번 다시 함께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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