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부산에서 찍으려 했던 것 [2021 BIFF]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부산에서 찍으려 했던 것 [2021 BIFF]

기사승인 2021-10-08 18:04:49
8일 오후 2시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이준범 기자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전 세계를 돌아 부산까지 왔다. 지난 3월 영화 ‘우연과 상상’으로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 지난 7월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로 제74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다. 두 작품은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모두 초청돼 눈길을 끌었다. 스페인과 뉴욕을 거쳐 한국에 온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기자회견은 8일 오후 2시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렸다. 하마구치 감독은 이날 약속된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모두 답변해줬다.


△ “꿈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전날 봉준호 감독과 두 시간에 걸쳐 대담을 나눴다. 하마구치 감독의 ‘아사코’ 북미판 블루레이까지 구입했다는 봉 감독은 “하마구치 류스케라는 창작자의 깊은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며 질문을 쏟아냈다. 하마구치 감독은 “포근히 감싸주는 느낌을 받았다”며 “신체적으로 피곤한 상태였지만, 봉 감독님의 시선과 질문에 굉장한 용기를 얻으면서 열심히 답변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평소에도 존경하는 감독이라며 “인간적인 매력에 압도당했다”고 했다. 또 자신의 스승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점, 봉 감독의 아버지에 대한 개인적인 언급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기뻤다”고 회상했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 포스터

△ “언젠가 부산에서 찍어보고 싶어요”

하마구치 감독은 2019년 다큐멘터리 영화 경쟁 부문인 ‘와이드앵글’ 심사위원으로 처음 부산을 찾았다. 당시 부산 곳곳을 다니며 촬영 장소를 구상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의 일부 장면을 부산에서 찍으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촬영이 어려워지자 히로시마로 무대를 바꿨다. 하마구치 감독은 “영화를 부산에서 찍었으면 영화의 전당을 연극의 전당으로 바꾸고 부산국제연극제가 개최돼서 주인공이 연극을 올리는 설정으로 할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사키(미우라 토코)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대화하는 장면은 부산의 산에서,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와 다카쓰키(오카다 마사키)가 차에서 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광안대교에서 찍을 계획이었다. 하마구치 감독은 “부산이 맘에 들었기 때문에 부산에서 찍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 “무라카미 하루키는 영화화하기 어려운 작가”

‘드라이브 마이 카’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여자 없는 남자들’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제작사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른 작품 영화화를 제안하자, 하마구치 감독이 역으로 ‘드라이브 마이 카’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작품집의 ‘셰에라자드’와 ‘기노’에서 가져온 장면도 있다. 하루키의 다른 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참고했다고도 했다. 하마구치 감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엔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이야기들이 많지만, ‘드라이브 마이 카’는 대단히 현실적인 묘사들이 많아서 영화화하기에 상대적으로 수월하겠다고 생각했다”며 “무라카미 작가가 표현한 내적 리얼리티를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에 주안점을 두고 변화를 가미했다”고 설명했다.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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