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쿠키뉴스와 온라인으로 만난 차태현은 특유의 소탈한 웃음과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막힘없이 해나갔다. “예전과 드라마 촬영 환경이 달라져서 아직도 적응 중이다”고 운을 뗀 그는 이내 “동료 배우들과 정이 많이 들었고 시청률도 괜찮게 나와서 기쁘다”며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극 중 경찰대 교수와 형사 등 두 가지 역할을 병행한 게 어렵지 않았냐고 묻자 “대본에 있는 대로만 했을 뿐”이라며 손 사레를 쳤다. 그러면서도 이내 “교수 역할이 처음이라 재미있긴 했다”며 웃었다.
“어차피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는 감독, 작가님이 생각할 부분이니까 저는 배우로서 대본에 나온 그대로 연기하는 데에 주력했어요. 사실 교수 캐릭터에 끌려서 ‘경찰수업’에 출연한 거거든요. 강단에 서는 장면을 조금 더 신경 썼어요. 수사학 강의를 맡은 만큼 전문 용어를 막힘없이 쓰려했고요. 교수로서 강의하는 장면이 두 번 정도 나오는데, 결과물을 보니 어색해 보이진 않더라고요. 다행이죠. 하하.”
차태현에게 ‘경찰수업’은 다수의 후배 연기자들과 호흡을 맞춰본 첫 작품이기도 했다. “아내가 밖에 나가서 말 많이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며 웃던 그는 후배가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선배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경찰대 학생으로 출연한 신인 연기자들을 보며 옛날 생각도 났단다. 진영, 정수정을 보면서는 세대교체를 직감했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언제부턴가 촬영장에 저보다 선배인 사람들이 별로 없더라고요. 해야 하는 역할이 늘어났다고 느껴요. 저는 궁금한 게 생기면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이번에도 조언을 구하는 친구들에겐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얘기해주려 했어요. 옛날 생각도 많이 났죠. 진영과 정수정 모두 훌륭한 배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배우로서 새로운 세대의 한 축을 맡을 친구들이에요.”
차태현이 맡은 유동만은 불같은 성미를 가진, 의로운 인물이다. 형사일 땐 과감하다가도 교수일 땐 신뢰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는 캐릭터를 따로 연구하기보다는 정공법을 택했다. 대본에 나온 대로 연기하면 방향성이 잡히리란 강한 믿음이 있었다. 수십 년간 경험에 따른 확신이었다. “캐릭터로 뭘 보여주려고 하기보단, 대본을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드러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에서 그만의 연기 철학이 느껴졌다.
“캐릭터를 준비할 때 연기적으로 뭔가를 더하거나 바꾸려고 하지 않아요. 전체적인 그림을 제일 중요히 생각하거든요. 대본에 충실하다는 뜻이죠. 대본만 잘 소화해도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마련이니까요. 사실 연기란, 대본을 소화하냐 못하냐의 싸움이에요. 주어진 것을 기반으로 최대한 제게 맞게 표현하는 거죠.”
차태현은 ‘경찰수업’으로 여러 도전을 했다고 말하면서도 개인적인 성취감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제 와서 제게 개인적 평가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하던 그는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수업’은 연예 관계자부터 그의 동네 이웃까지 호평을 아끼지 않은 작품이었다. 차태현은 “그걸로 이미 만족한다”면서 “주변인들에게 인정받은 데다 많은 후배들과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내겐 좋은 경험”이라며 흡족해했다.
“저는 늘 어떤 작품이 들어올지, 어떤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될지를 기대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면에서 ‘경찰수업’은 여러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더욱 의미 있었죠. 심지어 결과까지 나쁘지 않았으니 더 기쁠 수밖에요. 재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이 가장 좋다고 보는데, 시청자분들이 ‘경찰수업’으로 조금이라도 그런 감정을 느꼈다면 그게 곧 성공이라 생각해요. 앞으로 선보일 예능과 작품이 있는데, 제게 주어진 것들로 더 많은 재미를 전해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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