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리더 박경수가 우승을 코앞에 두고 앰뷸런스에 실려갔다.
KT 위즈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쏠(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두산 베어스와 3차전을 3대 1로 승리했다. 1·2차전에 이어 3차전까지 잡은 KT는 이제 창단 첫 우승까지 단 1승만 남겨뒀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3차전을 모두 이긴 팀이 우승에 실패한 경우는 없었다.
승리의 주역은 박경수였다.
5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산 선발투수 아리엘 미란다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쏘아올려 KT에 선취점을 안겼다. KT는 부상 후 처음 마운드에 오른 미란다를 상대로 4회까지 고전했지만, 박경수의 솔로포가 결승 득점으로 이어지면서 승리를 가져왔다.
박경수의 수비는 3차전에서도 빛났다. 2차전과 마찬가지로 수비에서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1대 0으로 앞선 6회말 1사 1루에서 박건우의 강습 타구를 몸을 던져 잡은 후 2루로 송구, 1루 주자 정수빈을 잡아냈다. 공을 잡다가 몸의 중심이 흔들렸지만, 송구는 정확했다.
박경수의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에 후배들도 더욱 의지를 불태웠다. 최고참 선수의 의지가 KT를 휘감았다. 집중력이 모두에게 전달됐다. KT는 이후에도 집중력을 발휘하며 7회초 2점을 추가 3대 0으로 달아났다. 승기를 잡은 KT였다.
하지만 KT에 악재가 찾아왔다. 박경수가 수비 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다.
7회말 무사 1루에서 두산 대타 안재석은 우중간 방면에 높게 뜨는 타구를 날렸다. 2루수 박경수는 타구를 끝까지 쫓아간 후 몸을 날렸다. 타구를 잡지는 못했지만 함께 타구를 따라오던 KT 우익수 제라드 호잉이 타구를 잡아 2루에 송구, 1루 주자 박세혁을 포스아웃 처리했다.
그런데 호잉 앞에 있던 박경수가 오른쪽 다리를 부여잡은 채 그라운드에 누워 통증을 호소했다. KT의 더그아웃에도, 응원석에도 웃음이 사라졌다. 어떻게든 일어나보려 했지만 결국 그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누구보다 우승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 박경수이기에 더욱 안타까운 부상이었다.
박경수는 15년의 프로 커리어 동안 단 한 차례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 2003년 LG 트윈스에서 프로에 뛰어든 박경수는 2015시즌을 앞두고 KT로 이적할 때까지 한 번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신생 구단 KT가 몇 년 간 하위권을 전전하면서 가을야구 데뷔는 계속 미뤄졌다.
지난해 KT가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면서 박경수는 처음으로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하지만 두산에게 1승 3패로 패배하면서 그의 첫 번째 가을야구는 너무 짧게 끝났다.
박경수의 4차전 출장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MRI를 촬영해 봐야 알 것 같지만 종아리쪽에 타는 느낌이 든다고 (박경수가)말했다. 아마 4차전 출전은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