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전종서)은 친구들에게 말한다. “인생 행복하게 사는 법 알려줄까? 연애질 안 하면 돼”라고. ‘연애 빠진 로맨스’는 연애가 잘 풀리지 않아 친구들 앞에서 연애 포기 선언까지 한 자영이 다시 한 번 연애의 세계에 뛰어드는 영화다. 자영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데 두려움이 없지만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또 한 번의 실패가 자신에게 얼마나 상처를 남길지 잘 안다. 그럼에도 용기를 낼 줄 알고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따라갈 줄 아는 인물이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배우 전종서의 세 번째 국내 작품이자, 처음 맡은 평범한 역할이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퇴근 후엔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아버지와 다툼을 벌인다. 전종서의 일상 연기를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그가 로맨스도 잘 소화해냈다는 사실 역시 놀랍다. 잘 해냈다는 사실에 놀란 건 전종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전종서는 처음부터 로맨스 장르에 출연하려던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그랬던 그가 ‘가벼운 이벤트 같은 영화로 해볼까’ 마음먹었을 정도로 ‘연애 빠진 로맨스’ 시나리오의 재미가 대단했다.
“처음엔 ‘내가 로맨스를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했어요. 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잖아요. 영화마다 캐릭터의 두께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옷을 적게 입는 장르가 로맨스라고 생각했죠. 그건 너무 부끄러울 것 같아서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로맨스를 만나고 싶었고, 그게 ‘연애 빠진 로맨스’였어요. 지금은 앞으로 로맨스를 계속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시나리오가 있다면 다른 형태의 로맨스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연애 빠진 로맨스’는 ‘밤치기’, ‘비치온더비치’ 등 독립영화계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온 정가영 감독의 첫 상업영화다. 매번 자신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정 감독을 전종서가 대신했다. 단편영화를 즐겨보는 전종서는 정가영 감독을 이미 알고 있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정가영 감독님의 작품이란 걸 알았어요. 그게 이거구나 싶었죠. 감독님의 발칙하고 풍선껌 같은 매력이 더 커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현장에서 이창동 감독님이 배우들을 풀어두는 스타일이었다면, 정가영 감독님은 묶어두는 스타일이셨어요. 그런 연출 스타일은 처음이었죠. 직감적이고 본능적이신 감독님이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전종서는 3년 전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으로 데뷔해, 지난해 11월 넷플릭스 영화 ‘콜’(감독 이충현)로 대중을 만났다. 세 작품 연속 새로운 역할, 새로운 연기로 시선을 끄는 모습이 눈에 띈다. ‘콜’로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과 제30회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도 수상했다. 정작 전종서는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시는 분들 입장에선 제가 연기한 캐릭터가 고착화가 되어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애 빠진 로맨스’로 새로운 변신을 했다고 하지만, 이런 모습이 저한테는 원래 있었거든요. 전작과 상관없이 단순히 재밌어서 선택한 영화예요. 앞으로 다양한 모습을 더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랑스럽고 소녀 같은 그런 매력을 보여드리는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하지만 저는 빌런을 좋아해요. 유독 말 안 듣는 애가 더 기억에 남는 것처럼 악역이 매력적이거든요. 제가 그런 애였어요. 그래서 본능적으로 악역에 더 끌리는 것 같아요.”
벌써 데뷔한 지 3년. 지금 전종서는 다양한 작품과 연기의 매력에 빠져 있는 눈치였다. 못할 거라 생각했던 로맨스에도 재미를 느꼈고, 최근 촬영을 마친 넷플릭스 ‘종이의 집’으로 드라마의 매력도 느꼈다. 전종서에게 영화는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게 허용해줬다. 영화 안에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전 연기가 저와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지금 하는 일이 정말 재밌고 질리지 않아요.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연기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끼는 것보다, 계속 재밌는 것 같거든요. 최근 드라마를 촬영했는데, 드라마가 주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광고촬영도 해봤는데 그것도 재밌고요. 다 연기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요. 해보지 않은 영역에서도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