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거의 없는 어두운 곳에서 일이 벌어진다. 대화는 낮은 목소리로 조용조용하게 나눈다. 이야기하다 화가 나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모두 목표를 향해 직진한다.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킬러들의 행동 양식이나 학생들이 공부하는 독서실 주의사항이 아니다. 지난 8일 오후 10시30분 첫 방송된 JTBC 새 수목드라마 ‘공작도시’ 속 분위기다.
‘공작도시’는 성공을 향한 욕망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 재벌가 여성들의 암투를 그린 드라마다. 1회에선 성진그룹 둘째 아들이자 JBC 간판 앵커인 정준혁(김강우)을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아내 윤재희(수애)가 그룹 내 실세인 서한숙(김미숙)과 본격 대립을 시작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윤재희 등 인물들의 과거 에피소드들을 짧게 넣어 어떤 인물인지, 왜 사이가 안 좋은지를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상류층 재벌, 정치, 언론, 미술관, 혼외자, 19금, 살인사건 등 어른들이 밤에 불 끄고 볼 자극적인 요소는 모두 담겼다. JTBC가 히트시킨 드라마 여럿이 스쳐 지나간다. 짧은 장면들만 봐도 어떤 느낌을 주려는지 이해가 쉽다. 설명하느라 시간 끌지 않고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가 몰입을 더했다. 반면 이미 한 번 본 드라마 같은 익숙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인물들의 일상을 건너뛰고, 처음부터 끝까지 심각한 얼굴로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로 가득 차 답답한 면이 있다.
△ 볼까
여성들이 자신의 욕망을 전면에 드러내고,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드라마를 보고 싶은 시청자에게 추천한다. ‘공작도시’에선 모든 주도권을 쥔 여성들이 중요한 대화를 나누고 결정하는 모습이 대부분 장면을 차지한다. 인간의 미묘한 심리와 미스터리를 즐기거나 비슷한 류의 JTBC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채널을 고정할 만하다.
△ 말까
한없이 진지하고 어두운 톤 드라마를 견디기 어려우면 다른 드라마를 보는 게 낫다. 모든 장면을 집중해서 보기 버거운 시청자는 인물들의 복잡한 사정과 심리 상태를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다. 재벌가와 공수처, 검찰총장 등 우리 사회 현실적인 이야기를 드라마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시청자에게 추천하지 않는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