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하나 지원보다 어린이 목소리에 귀를” [곰팡이로 얼룩진 아동주거권②]

“방 하나 지원보다 어린이 목소리에 귀를” [곰팡이로 얼룩진 아동주거권②]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 고완석 팀장 인터뷰

기사승인 2021-12-27 06:30:02
“우리집을 소개합니다”
②“방 하나 지원보다 어린이 목소리에 귀를”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사진=굿네이버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부모의 사랑뿐만 아니라 주변 이웃의 관심과 애정이 모두 필요하다는 의미다.  코로나19가 계속되면서 가장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할 집이 어떤 아이들에겐 위험하고 무서운 공간으로 여겨지고 있다. 쿠키뉴스는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와 함께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사회의 역할에 대해 살펴봤다. 

아래 인터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의 주거지원사업을 담당 중인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 고완석 팀장과 나눈 얘기다.

-굿네이버스가 어떤 기관인지 잘 모르시는 독자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굿네이버스는 한국에서 1991년 설립된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비정부기구(NGO)입니다. 국내외 어린이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주거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부모 및 조손 가정, 그밖에 보호자의 중증질환 투병이나 장애로 경제활동이 어려워 열악한 주거환경이 개선될 여지가 없는 가정 등이 주요 지원 대상입니다.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굿네이버스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7263명의 어린이들을 도왔습니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하는 주거지원사업을 담당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협업이 어떻게 이뤄지게 되었고, 어떤 사업인지 궁금합니다.

▶2020년 5월 굿네이버스는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아동 주거권 보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협약의 목적은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저렴한 임대주택(매입임대, 전세임대 등)을 제공해 이들이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기존에는 긴급한 주거지원 사례가 접수되더라도 해당 업무에 최소 4개월이 소요되었다면, 이제는 굿네이버스가 수요를 발굴하면 LH가 곧바로 주거지원을 펼칠 수 있도록 핫라인을 구축해 약 두 달 정도의 시간만 기다리면 입주할 수 있습니다.

-LH와의 협업에 있어 보완되었으면 하는 부분도 있을까요?

▶신청을 통해 입주대상이 되더라도 실입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당 지역에 매물 부족 등의 이유로 입주할 수 있는 집이 없을 경우 6개월 간 대기 후 자격이 박탈됩니다. 신청 지역으로 입주가 불가능하다면 타 지역으로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LH와 각 지자체에서의 꾸준한 매입임대주택 확보입니다. 아무리 어려움이 있더라도 본인이 거주하던 곳을 완전히 벗어나는 건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무를 하시면서 새롭게 알게 되거나 느낀 점이 있을까요?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에서조차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거주하고 있는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안타까운 건, 이들은 정작 어떤 지원 사업이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 알고 있더라도 신청절차가 까다로워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본인이 지원사업을 직접 신청해야 합니다. 다행히도 아까 말씀드린 국토부, LH와 협약을 통해 저희와 같은 아동권리 NGO들이 중간자로서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은 상황입니다. 사회복지기관이나 지역사회네트워크 등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주거지원사업을 펼치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은 없는지?

▶팬데믹 장기화로 인해 취약계층 가정의 실직이나 의료적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힘겨워진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연구소가 조사해본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나홀로 어린이들’이 증가했습니다. 가정 내 온라인 수업 공간 및 학습기기 마련이 어려운 어린이들의 경우 학습 격차 등으로 인해 발달권에 있어 부정적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굿네이버스는 온라인 캠페인과 미디어 매체를 통해 주거 빈곤 상태에 놓인 어린이들을 소개하고 시민들의 관심과 후원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는 국내 주거지원 캠페인 ‘아이들이 꿈꾸는 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아동 주거권에 있어 정부와 민간업체의 역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정부가 신청자에 한해서 지원을 해주는 것에 그치지 말고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인력 등의 어려움이 있다면 저희와 같은 주거네트워크 단체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구체적인 지원방안도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지원해주는 입장에선 ‘방 하나 마련해주면 되는 거 아니냐’라고 볼 수 있지만 연령이나 성별에 따라 차별화된 지원안을 제공하는 등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 보입니다.

건설사와 같은 민간기업들은 ‘벽이 없는 건축물’을 지었으면 합니다. 종종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타지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놀이터 이용 제한 등의 차별이 이슈가 되곤 합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도로, 사회복지기관, 학교 등 인프라를 조성할 때 입주자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닌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그런 건축물을 만들 수 있길 부탁드립니다. 또한 절차적으로 어렵겠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이나 서비스를 만들 때 당사자인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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