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님, ‘윤핵관’이 누군지 그렇게 궁금한가요” [기자수첩] 

“이준석 대표님, ‘윤핵관’이 누군지 그렇게 궁금한가요” [기자수첩] 

기사승인 2021-12-25 06:00:18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처리를 강행하던 지난 8월19일. 한 30대 정치인은 이를 강하게 규탄했다. 그는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언론 말살과 언론 장악 시도에 대해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인물은 약 넉달만에 전혀 다른 말을 한다. 그는 최근 공개적인 회의 자리에서 공보단장을 향해 “취재원을 파악해 보고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른바 ‘윤핵관’을 색출하라는 의미였다. 

주인공은 바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다. 

이 대표의 발언은 김재원 최고위원의 공개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김 최고위원은 최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공보단장이라고 해서 기사를) 못 막을 뿐만 아니라 도대체 윤핵관을 색출하라는데 어떻게 색출하느냐는 언쟁이 되어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 대표의 취재원 색출 지시를 인정한 셈이다.

언론사에 발을 들인 이른바 주니어 기자들은 입사와 동시에 여러 가지를 배운다. 글 작성부터 취재 방법 등을 폭넓게 가르친다. 하지만 선배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취재원 보호’다. 윤리적인 보도라는 대원칙 아래 취재원을 보호하는 일은 기자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당연한 의무다. 

일부에서는 이를 성당에서 이뤄지는 고해성사와 비교하기도 한다. 신부는 고해성사 과정에서 신자와 나눈 대화와 관련해 이를 외부에 발설하지 않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 

기자가 취재원을 지키는 것은 이와 비슷하다. ‘지켜야 한다’는 단순한 의무로 표현하기에도 부족하다. 무조건 그렇게 해야 한다. 그렇게 배웠다. 그리고 지금도 후배들에게 그렇게 강조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후배 기자들은 그렇게 배운다.

실존하지 않는 ‘익명의 취재원’을 만드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실제로 존재하는 익명의 취재원을 색출하라고 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다. 

정치인은 항상 평가를 받아야 한다. 불편한 기사가 나왔다고 취재원 색출 지시를 내리는 정치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8월의 이 대표에게 물어보고 싶다. 언론중재법 통과 반대의 선봉에 섰던 8월의 이 대표가 생각나는 하루다. 

최기창 기자 mobyd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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