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정훈의 계약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로써 지난해 풀린 FA 15명 모두 소속팀을 찾아 장이 마무리됐다.
걸맞은 대우? 역대급 오버페이?
이번 스토브리그에선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사용될 정도로 ‘돈 잔치’가 펼쳐졌다. 개장 전부터 총액 1000억원 돌파 가능성까지 제기될 정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1000억원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FA 계약 전체 총액 규모는 989억원에 달한다. 종전 FA 계약 전체 최고액인 766억2000만원(2016년)을 가볍게 넘어서는 액수다.
‘100억 클럽’에 들어선 선수들도 대거 발생했다. 박건우(6년 100억원), 김재환(4년 115억원), 김현수(4+2년 115억원), 나성범(6년 150억원), 양현종(4년 103억원) 등 5명은 100억원대 계약을 맺었다. 2000년 시즌 종료 후 FA 제도가 시행된 이래 지난해까지 탄생한 100억원대 FA 계약자가 5명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중견급 선수들도 많은 금액을 손에 쥐는 데 성공했다. 손아섭은 NC 다이노스와 4년 64억원 계약에 이적을 결정했고 황재균은 4년 60억원에 KT 위즈에 잔류했다. 박해민은 4년 60억원에 LG 트윈스로 이적했다. 장성우(4년 42억원), 백정현(4년 38억원), 최재훈(5년 54억원) 등도 원소속팀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좋은 선수가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면서 시장 규모도 커졌다는 의견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FA 시장이 너무 과열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구단들이 많은 금액을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대다수의 구단들은 최근 2시즌간 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에 허덕였다. 시즌 대부분 무관중으로 치르면서 입장료 수입, 광고 판매 등이 급감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맸다.
이로 인해 FA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대어급 선수를 잡기 위해 구단들은 닫았던 지갑을 탈탈 털었다. 2023년부터 도입되는 샐러리캡도 FA 시장의 과열을 막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구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이 안정되나 싶었지만, 상상 이상의 금액이 쏟아졌다. 올해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왔다지만 너무나 많은 금액이 쏟아졌다”라며 “대형 계약으로 인해 구단이 피해를 보는 부분도 분명히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사라졌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선 구단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팬들에게 보내는 이별의 손편지가 유독 많았다.
NC의 창단 멤버이자 9시즌 동안 간판 타자로 활약한 광주 출신 나성범은 KIA행을 택했다. NC의 유력한 첫 영구결번 후보였던 나성범은 시장 개장 다음 날부터 직접 연락하며 정성을 보여준 KIA의 손을 잡으며 고향으로 돌아갔다.
나성범을 잡지 못한 NC는 돈다발을 풀며 박건우와 손아섭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박건우와 손아섭 각각 두산,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한 선수들이다.
LG 유니폼을 입은 박해민도 삼성 라이온즈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박해민은 2012년 삼성에 입단해 10시즌 동안 삼성에서만 뛰었다. 2021시즌에는 삼성의 주장을 맡기도 했다.
‘키움의 심장’으로 불린 박병호마저 팀을 옮겼다. 2021시즌을 마친 뒤 은퇴한 유한준의 빈 자리를 찾던 KT는 박병호와 3년 총액 3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키움에서 은퇴를 한다면 구단의 첫 영구 결번 선수가 될 확률이 상당히 높았지만 키움의 지지부진한 반응에 박병호는 KT에서 새둥지를 틀었다.
한편 이번 이적 시장에선 6명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는데, 모두 야수였다. 야수 FA 6명이 유니폼을 갈아입은 것은 1999년 FA 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다 이적 타이기록이다.
‘우리도 웃고 싶어요’ 트럭시위의 등장
이적 시장에서 모든 구단이 웃을 순 없었다. 이에 일부 팬들은 트럭 시위를 벌이는 등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안방마님’ 최재훈을 잡았지만 외부 FA에 참전하지 않은 한화,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뺏긴 롯데와 키움, 두산 등은 팬들의 많은 비판을 받았다. 소극적 움직임을 보인 구단에 일부 팀 팬들은 본사나 주요 교통 거점지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하며 구단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한 구단의 트럭 시위 모금에 참가한 A씨는 “야구에도 팀 성적이 나지 않고, 논란이 불거지면서 힘든 한 해를 보냈는데 겨울에는 팀 전력 보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나는 팀을 좋아서 응원을 하고 있는데, 이제는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언제쯤 이 구단이 바뀔지 모르겠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