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발생한 통신장애로 책임을 통감하며 재발 방지를 다짐했던 구현모호 KT가 새해 벽두부터 또 통신장애로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쳤다. 사고 발생 77일 만이다.
KT는 지난해 10월 유·무선 인터넷이 85분간 먹통 되며 전국 식당과 카페는 물론 기업들의 업무가 중단되는 등 통신장애를 초래했다. 당시 구현모 대표는 "KT CEO로서 KT를 믿고 서비스를 사용해 주시는 고객님들께 장애로 불편을 드린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T에 따르면 9일 오후 10시 40분께부터 11시 40분까지 약 한 시간 동안 KT IPTV 서비스 올레 TV에서 지상파와 일부 채널 영상과 음향이 나오지 않은 장애가 발생했다. 이번 장애는 일부 셋톱박스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 916만명 중 최대 49만명이 이를 것으로 KT는 파악하고 있다. 송출되지 않은 채널은 전체 304개 중 205개(67%)다. 이번 장애는 IPTV 채널 신호분배기 전원 공급 장치에서 발생한 것으로 KT는 보고 있다.
이번 통신장애와 관련해 보상이 이뤄질지는 확실치 않다. KT IPTV 약관은 3시간 이상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월 누적 장애시간이 1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보상여부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다. 구체적인 보상안 마련 등 예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KT새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반복되는 통신장애 원인을 KT가 지난 3년간 설비투자비를 줄이고 대신 경영진의 성과급을 챙긴데서 발생한 것으로 꼬집었다.
새노조는 "디지코전환 등 온갖 요란한 주장을 빼고 냉정하게 얘기하면 지난 3년간 설비 투자비를 줄여오면서 경영진은 1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성과급으로 챙겨 갔다"며 "반면, 망 안정성은 떨어지고 심각한 네트워크 장애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KT 주주와 이사회는 아현 화재와 부산발 전국장애, 그리고 계속되는 전국 규모의 장애에 대한 책임 구현모 사장과 경영진에게 묻는다"며 "통신망 안정을 위한 물적, 인적 투자 강화를 통해 본질 경영에 충실할 것을 우리는 요구한다"고 했다.
새노조는 또 "지난해 10월 25일 부산 발 전국통신장애가 생긴 지 불과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다시 통신장애가 발생한데 대해 KT내부 구성원은 심각한 위기감을 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현모 사장이 신년사에서 '통신인프라의 안정 운영은 우리의 책임이자 사명'이라고 강조했지만, 이 말이 무색하게 통신장애를 비롯해서 개통지연 등 운영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새노조는 "구현모 체제에서 유독 쏟아지는 통신대란을 계속 일시적 실수로만 치부해서는 대책이 나올 수 없다"며 "설비투자를 줄이고 통신 기술자를 홀대하는 기업문화의 혁신 없이는 통신에서의 망운영 안전성조차 담보하기 어러울 수 있다는 내부 경고에 경영진은 귀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