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녹취록 일부가 공개됐다. 반응은 ‘다소 싱거웠다’가 주를 이뤘다. 윤 후보의 지지율을 흔들 만큼 치명적인 발언이 공개되지 않으면서다.
방송 제재 총력전에 나섰던 국민의힘은 곧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국민의힘은 상암동 MBC 항의방문에 나서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하는 등 필사적인 방어태세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당은 방송 직후 크게 문제 될 내용이 없다고 판단했고, 오히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형수 욕설’ 녹취 공개를 압박하기도 했다.
“치명적 한방 없다”
16일 MBC 스트레이트는 김씨와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가 지난해 7~12월 통화한 7시간가량의 대화 내용 일부를 김씨의 육성과 함께 보도했다. 핵심 키워드는 ‘쥴리‧정치’였다.
먼저 김씨를 둘러싼 의혹 해명이 조명받았다. 과거 유흥주점에서 일했다는 이른바 ‘쥴리’ 의혹은 “나는 쥴리한 적이 없다. 시끄러운 나이트클럽도 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검사와의 동거설과 관련해선 “내가 뭐가 아쉬워서 유부남을 만나는가. 우리 엄마가 돈도 많은데 자기 딸을 왜 팔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조국·탄핵 사태 등 김씨의 정치적 견해를 엿볼 수 있는 발언도 있었다. 조국사태와 관련해선 “사실 조국의 적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조국 수사는 그렇게 크게 펼칠 일이 아니었는데 (친조국 인사들이) 수사를 너무 많이 공격했다”고 했다. 박근혜씨 탄핵 사태는 “박근혜를 탄핵시킨 건 보수다. 진보, 문재인이 탄핵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보수 내에서 탄핵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미투 이슈와 관련해선 “보수들은 챙겨주는 건 확실하지. 그래서 미투가 별로 안 터지잖아, 여기는”이라며 “미투 터지는 게 다 돈 안 챙겨 주니까 터지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또 “난 안희정이 솔직히 불쌍하더라. 나랑 우리 아저씨(윤석열)는 되게 안희정 편”이라고까지 했다.
방송이 종료되자 커뮤니티의 반응은 엇갈렸다. 친이재명 성향의 커뮤니티에서는 ‘김건희 해명방송인가’라는 취지의 비판이 줄을 이었다. 반면 친윤석열 성향의 커뮤니티에선 김씨의 정치적 판단력을 치켜세우는 댓글이 쏟아졌다. “평강공주”, “판단력, 인간미 등 진면목을 보여줬다”, “걸크러시” 등의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털털한 김건희’라고 치켜세웠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은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솔직하고 털털한 내용이었다. 한편으로는 안도했다”고 했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도 “시청자들 반응에 걸크러시 이야기도 나온다. 논란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서 의혹을 깔끔하게 정리를 해줬다”고 호평했다.
서울의 소리, 우호적 여론에 ‘미방분’ 공개
방송 이후 여론이 우호적이자 이 기자가 소속된 서울의 소리는 방송되지 않은 녹취록을 추가로 폭로했다. 매체는 유튜브 채널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연루된 미투사건과 관련한 김씨의 발언을 공개했다.
미방분에서 김씨는 “나는 안희정 편이었다”며 “아니 둘이 좋아서 한 걸 갖다가 완전히 무슨 얘가 강간한 것도 아니고”라고 했다. 또 “그 당시 전부 다 그렇게 해서 걸려든 게 진보 쪽이 걸려들었다. 하여간 너무 미투. 너무 그런 식으로 하니깐. 난 아닌 거 같다. 서로 그냥, 아니 여자가 좋으면 한 번 이렇게 손 만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7시간가량의 전체통화 내용을 추가로 공개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백은종 서울의 소리 대표는 CBS 라디오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정경심 교수가 가만히 있었으면 우리가 구속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발언도 있었다”며 “괜히 MBC에 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SNS나 유튜브를 통해서 보도할 방법들이 있기 때문에 차후 천천히 보도하겠다”고 말했다.
‘미방분’ 불씨… 돌발 발언도 여전히 리스크
전문가들은 이번 녹취록 공개로 윤 후보의 배우자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김씨의 정제되지 않은 돌출 발언이 또다시 윤 후보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스트레이트가 예고한 2차 방송도 변수로 꼽혔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통화에서 털털하고 소탈한 느낌을 보여줬다. 인간적인 부분을 대중들이 평가한 것 같다”면서도 “다만 ‘1억 농담’ 등 너무 스스럼없는 이야기를 한 부분은 위험해 보인다. 조심성이 없는 부분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억 농담’은 김씨가 이 기자에게 “일을 도와주면 1억원을 주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내용이다.
이 소장은 또 “윤 후보에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며 “다음주에 한번 더 방송을 하기도 하고, 기존 미디어들도 녹취록을 기반으로 어떤 보도를 할 지 더 지켜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도 통화에서 “1억원을 준다는 발언이나 스스로를 영적인 인물로 표현한 부분은 최순실 사태를 연상케한다”며 “큰 반향을 일으킬만한 발언은 아니지만, 젊은층이나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충분히 줄 수 있다. 과거 최순실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음 방송도 상당한 관심을 받을 것”이라며 “별 내용이 없다면 배우자 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고, 더 큰 내용이 있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금만으로는 배우자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