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없는 나라’를 약속했다. 제도적 기반 마련과 경제적 지원을 통해 장애인이 겪는 장벽을 없애고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국가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후보는 19일 장애인 정책공약 발표, 시각장애인 안내견학교 방문 등에 나서며 정책 행보를 이어갔다. 먼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장애인의 이동권과 고용 기회 확대에 초점을 맞춘 5가지 공약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시외·고속·광역버스에 저상버스 투입·장애인 콜택시 확대 △주어진 액수 안에서 스스로 복지 서비스 선택하는 ‘개인예산제’ 도입 △4차 산업형 인재 육성 및 장애인 고용 기회 확대 △장애학생의 예술 교육 및 장애예술인 창작활동 지원 강화 △발달지연·장애 영유아를 위한 국가 지원 강화 등이다.
특히 주목받은 공약은 ‘개인예산제’다. 개인예산제는 주어진 예산 안에서 장애인 스스로가 보조기기 구매, 교육·교통비용 등 선택적으로 자유롭게 사용하는 제도다. 윤 후보는 “장애인 스스로 복지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개인예산제를 도입해 복지 선택의 폭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윤 후보는 “장애는 더이상 불가능과 불평등의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장애인 여러분이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경기도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를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윤 후보는 안내견학교 구석구석을 살피며 안내견의 역사, 일생 등에 대한 관계자의 설명을 들었다. 은퇴한 안내견 등이 쉬고 있는 공간에선 직접 공간 안으로 들어가 안내견을 쓰다듬는 등 교감도 나눴다.
토리를 비롯한 반려견 4마리, 반려묘 3마리를 키우며 ‘애견인’으로 소문난 윤 후보의 입에는 일정 내내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외투에는 안내견을 쓰다듬은 흔적으로 털이 잔뜩 묻어있었다.
안내견 훈련사들과 간담회를 통해 고충을 듣기도 했다. 특히 출입거부 등으로 시각장애인들과 안내견들이 불편을 겪는 상황에 대한 토로가 이어졌다. 한 훈련사는 “간혹 언론에서 보도가 되곤 한다. 공공장소 이용할 때 출입이 거부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해결책이 있는가”라고 윤 후보에게 물었다.
윤 후보는 ‘인식개선 캠페인’을 제안했다. 그는 “안내견을 잘 모르는 시민들이 많은 것 같다. 법으로 강제하고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 전체가 관심을 갖는게 필요하다”며 “나부터 앞장서서 그런 운동을 하겠다. 많은 분들이 이런 운동에 동참해 국민 의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은퇴한 안내견을 직접 입양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윤 후보는 ‘안내견 등 특수목적견들의 은퇴 이후에 관한 관심도 필요하다’는 의견에 “은퇴 후 아플 때 진료라든지 이런 것들을 우리 사회와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만약 당선돼서 근무하게 된다면, 은퇴한 안내견이나 특수목적견들 중 한 마리를 맡아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안내견과 함께 보행체험도 진행했다. 검은색 안대를 쓴 윤 후보는 안내견 훈련사의 안내에 따라 안내견과 계단을 오르내리고 장애물을 피하는 등 보행 코스를 직접 체험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보행 코스가 짧고 안내견이 이미 숙달된 코스였다. 훈련사 한 분이 옆에서 함께 해줬다”면서도 “웬만큼 훈련하지 않고는 안내견 도움을 받아 보행하는 일이 실제 거리를 다닐 때 쉬운 일이 아니겠다고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 후보는 장애인 정책의 기본 원칙을 ‘공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장애인 정책과 관련한 기조를 묻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어떤 격차나 차별이 있어선 안 되고 기회가 서로 공정하게 돌아가야 한다”며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장애인과 기회에 있어서 불공정이 있어선 안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했다.
용인=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