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늘 “내 캐릭터만 생각? 이기적이지 않나요” [쿠키인터뷰]

강하늘 “내 캐릭터만 생각? 이기적이지 않나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1-21 06:54:02
배우 강하늘. 티에이치컴퍼니

“지금까지 어떤 작품을 만나도 연기 변신을 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대본에서 읽은 느낌을 관객들에게 전달해주자는 마음 하나였죠. 지난 작품은 저렇게 했으니까 이번 작품은 이렇게 하자고 생각할 전략적인 머리가 안 돼요.”

배우 강하늘이 쑥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자신을 낮추는 흔한 겸손의 언어는 강하늘이라 다르게 들렸다. 인터뷰 내내 반짝이던 투명한 눈은 그의 말이 진실에 가깝다고 말해줬다. 지난 18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강하늘은 카메라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시원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기자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고 어떤 질문도 불편해하지 않고 수용했다. 우리가 알던,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강하늘이었다.

강하늘의 목소리는 어느 때 보다 크게 울렸고, 몸동작은 자유로웠다.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감독 김정훈)(이하 ‘도깨비 깃발’)에서 그가 맡은 우무치 얘기다. 사방으로 뻗친 머리와 광기 어린 눈빛만 봐도 우무치가 어떤 캐릭터인지 쉽게 알 수 있다. 헤어스타일은 강하늘의 의견이었다.

“‘해적’은 저도 재밌게 봤던 작품이에요. 이미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에서 느낀 배우 김남길 선배님 연기를 따라갈 수 없었어요. 눈앞에 있는 ‘도깨비 깃발’에 집중하는 게 더 맞는 길이라 생각하고 준비했습니다. 캐스팅 제안을 받고 내용을 보니 1편과 달랐어요. 더 모험이 강해진 느낌이더라 재밌게 찍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우무치의 뻗친 헤어스타일로 우당탕탕 하는 천방지축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관객들이 그냥 봐도 이런 인물일 것 같다고 느끼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이었죠. 무치의 무식함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고함을 외치기도 했어요. 내가 맞는 게 맞다는 느낌을 주면 어떨까 싶었거든요. 하나씩 만들다 보니 그게 영화에서 무치가 해야 하는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스틸컷

강하늘이 연기한 우무치는 ‘도깨비 깃발’ 서사 중심에서 이끌어가는 인물이다. 의적단 두목으로서 그들이 벌이는 활동에 가치를 부여하고 방향을 잡는 건 우무치다. 돋보일 수 있는 역할이지만 강하늘 생각은 달랐다. 동료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그가 찾아낸 자신의 역할이었다.

“‘도깨비 깃발’에서 제가 해야 하는 역할은 모두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었어요. 내가 어떤 느낌으로 연기해야 다른 배우의 리액션이 가능할까에 중점을 뒀죠. 해랑에게 핀잔을 받고, 해적 단원들에게 무시를 받으려면 무치가 어떤 모습으로 있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무치를 참 좋아해요. 하지만 내 캐릭터만 생각하는 건 이기적이지 않나 싶었어요. 한 인물의 감정 따라가는 것보다 해적선이 어떻게 흘러갈지 선택하고 고민하는 작품 같았거든요. 이전 편에 비해 역할이 작지만 아쉬움이나 고민은 없었어요.”

‘도깨비 깃발’은 코미디와 액션에 특히 집중한 영화다. 강하늘을 비롯해 이광수, 김성오 등 코미디 연기로 빛을 발하는 배우들이 눈에 띈다. 강하늘은 “광수형과 잘 맞아서 항상 웃으면 연기했다”며 “따로 연습할 필요도 없었다. 이렇게 저렇게 해볼까 하면 무조건 OK였다”고 말했다.

배우 강하늘. 티에이치컴퍼니

“코미디 연기는 어렵죠. 코미디 연기만 어려울까요. 모든 연기가 다 비슷비슷하게 어렵다고 생각해요. 제가 코미디 연기를 돌려보는 걸 좋아해요. 영화 ‘더 행오버’(감독 토드 필립스)도 가끔씩 다시 보고, 최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감독 아담 맥케이)도 굉장히 좋아해요. 코미디는 흐름이라고 생각해요. ‘자, 이제 웃긴다’라고 하는 느낌보다는 감추다가 한 번씩 포인트에 쌓인 걸 터뜨리는 흐름 같아요. 코미디 연기를 하면 그 흐름을 가장 신경 써요. 코미디 장면을 찍을 땐 감독님에게 이렇게 연기하려고 하는데 혹시 이번 장면 전후에 어떤 장면이 붙는지 물어보곤 했어요.”

강하늘은 “재밌게 촬영하면 어떤 결과여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질문에서도 “즐거운 현장이 전부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도깨비 깃발’도 즐거운 현장이었기에 돌아봐도 만족스럽단다.

“아무도 얼굴 찌푸리는 일 없이 재밌게 마무리할 수 있는 현장이 가장 좋은 현장이라고 생각해요. 연극도, 영화도, 드라마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만약 작품 제작비를 신경 쓰면서 연기하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연기가 아닐 것 같아요. 제가 절 알거든요. 내가 재밌고 즐거운 현장, 모두가 즐거운 현장이 가장 좋아요. 만약 공연 관객이 적어서 연기가 별로고. 관객이 많아서 연기가 잘 되는 건 배우로서 좋은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도깨비 깃발’이 정말 운이 안 좋아서 성적이 좋지 못해도, 촬영한 시간을 떠올리면 웃을 수 있어요. 뜻깊은 추억이었고, 기분 좋은 촬영 현장이었습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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