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로 관련국 간에 군사적 긴장이 최고로 고조된 가운데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영국 등 서방국가들의 압박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 제재 법안을 통과시켰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세계대전’까지 언급했다.
10일(현지시간) NBC·로이터·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이날부터 대규모 연합훈련을 시작했다. 훈련에는 러시아군 약 3만명과 벨라루스군 부대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와 벨라루스 훈련기간인 이날부터 열흘간 대응 훈련에 나선다.
서방국가는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10만명 이상의 병력을 배치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가능성을 예측하며 군사훈련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군사지원하며 러시아를 위협하는 행동을 중단하라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긴장 사태 해법을 찾기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독일, 프랑스 등 4개국 정상 정책보좌관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돌파구를 찾는데에는 실패했다.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9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성과 없이 끝났다.
서방국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에서 “향후 며칠간이 가장 위험한 순간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영국 의회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직접 관련된 기업 뿐만 아니라 러시아 정부와 연결된 주요 기업, 소유주 등을 제재 대상에 올릴 수 있는 러시아 제재 법안을 통과시켰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 미국인들의 신속한 출국을 권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협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내) 미국 시민들은 당장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테러 조직을 상대하는 것과는 다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군대 중 하나를 상대하고 있다”며 “이는 매우 다른 상황으로 상황이 순식간에 전개될 수 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 미국인을 탈출시키는데 군대를 파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없다.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에게 총을 쏘기 시작하는 것은 곧 세계대전”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국경 인근에 군 병력을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남쪽과 북쪽, 동쪽 접경에 군 병력과 장비를 추가로 배치한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되기도 했다.
미국 맥사 테크놀로지가 지난 9, 10일 수집해 공개한 위성사진을 보면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지상 공격에 사용되는 전차 같은 무기, 헬리콥터와 수송 장비, 군대 막사, 야전 병원 등이 배치돼 위기감을 높였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