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의 지휘자 구자홍...신뢰·존중·소통 중시한 경영인

LS그룹의 지휘자 구자홍...신뢰·존중·소통 중시한 경영인

잡음 없는 사촌 공동경영 '아름다운 승계 전통' 세워
'불비타인' 가훈으로 밝은 인재 추구...사회공헌에 열정

기사승인 2022-02-11 17:46:29
혁신한마당에서 사기를 흔드는 구자홍 회장.    LS그룹

큰아버지인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부름으로 1973년 9월 반도상사(현재 LX 인터내셔날)에 입사한 구자홍의 첫 업무는 금성전선과 대한전선에 전선(피복용 폴리에틸렌)을 파는 일이었다. 두 기업은 경쟁사였기 때문에 27세 사회 초년병 구자홍의 영업이 먹혀들기 만무했다.

구자홍은 포기하지 않았다. 대한전선을 찾아 직원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눈도장을 찍었다. 그 노력은 대한전선 구매팀 과장에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구자홍은 대한전선에 전선을 파는데 성공했다.

1979년 홍콩지사장 부장에 오른 구자홍은 1991냔 금성사 대표이사 부사장에 오를 때까지 해외에서 영업을 하며 국제적인 감각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 등 유력인사들과 친분을 쌓았다.

구자홍은 부사장 포함 LG전자 회장에 오르기까지 10년을 LG전자에 몸담았다. 그때 얻은 별명이 디지털 CEO다. 구자홍은 계열분리로 회장 자리에서 내려올 때 65세까지 LG전자에서 몸담고 싶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낸 것은 유명한 일화다.

혁신한마당에 참석한 구자홍 회장.    LS그룹

"대나무가 꺾이지 않는 것은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각 마디를 이루고 있는 전 세계 LS그룹 계열사가 본격적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지휘자' 역할에 충실하겠다.” (2012년 올해의 경영자 대상 수상소감에서)

구자홍은 LG그룹에서 LS그룹으로 분리된 후 LS그룹 초대 회장에 오르며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연구개발 강화 등 그룹 내실과 외형을 키우는데 주력했다. 그 노력으로 LS그룹을 재계 13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구자홍은 인화를 중시하는 '범 LG'가 답게 그룹 경영과 함께 사회 공헌에도 적극적인 활동을 했다.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진정성 담은 사회공헌을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소외계층 지원, 지역사회 지원, 환경보호 등 다양한 사회 공헌을 해왔다. 이런 구자홍의 영향으로 LS그룹의 사회 공헌 활동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구자홍은 가훈으로 '불비타인(不比他人)'을 삼고 있다. 불비타인은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가 추구하는 인재상은 단점보다 장점을 보려는 사람, 상호존중하는 사람 등 '밝은 인재'다. 구자홍은 그룹 인재상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 좋다. 다른 사람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는 인재라야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안다. 그런 인재가 위기상황도 잘 이겨낸다. 똑똑한 인재보다 정직성을 바탕으로 밝은 기운이 밖으로 넘쳐 흐르는 사람을 좋아하며,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형성된 조직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빠르다."(그룹 인재상에 대해)

구자홍의 밝은 인재상으로 LS그룹은 2011년 고한 경영철학을 만들겠다는 취지의 LS파트너십을 선포하기도 했다. LS파트너십은 부적으로 존중과 배려, 신뢰를 기반으로 주인의식을 가진 인재들이 탁월한 성과를 만드는 것이며 외부적으로 열린 마음으로 협력해 함께 성장해 가는 것을 의미한다.

2013년 구자홍은 회장 자리에서 내려와 그룹 미래원 회장을 맡았다. 그룹은 사촌동생은 구자열 회장에게 이양했다. 경영권을 넘겨주면서 잡음이 없어 그룹 공동경영의 모범사례를 만들었다. 이를 두고 재계는 구자홍이 아름다운 승계의 기틀을 세웠다고 평가한다. LS그룹은 LG그룹에서 분리할 때 선대인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형제간 약속으로 사촌들이 돌아가며 그룹 경영을 하고 있다.

"저는 회장으로서, 여러분이 쌓아놓은 전통을 더욱 빛나는 미래로 이어가는 데 힘을 보탤 것입니다. 눈앞의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우리 회사의 성장기반을 굳건히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LS 니꼬동제련 취임사에서)

2014년 11월 LS 니꼬동제련을 이끌던 동생 구자명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 구자홍은 LS니꼬동제련 회장 및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다. 다시 그룹 경영일선을 복귀한 구자홍은 대외 네트워크 강화, 경영 전략 강화 등 회사 성장을 위한 적극적인 경영활동을 펼쳤다. 

LS그룹 성장의 초석을 닦은 구자홍은 11일 오전 8시 지명으로 77세 나이로 생애를 마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인 지순혜 여사, 장녀 구나윤 지오피 갤러리 대표, 아들 구본웅 마음그룹 대표, 며느리 유현영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20호에 마련됐다. 조문은 이튼 날인 12일 오전 11시부터 가능하다. 발인은 오는 15일 오전 8시에 진행된다.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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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sik8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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