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운명은 우리 군대, 보안군, 수비군에 달려있다”-블로디미르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아비규환이다. 러시아의 침공 이틀째인 25일(현지시간) 다시 러시아군의 공격이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도시 곳곳에 포탄이 떨어져 건물이 무너지고 다친 사람들의 충격적인 모습이 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서방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금융 제재를 내놓으며 공격을 멈출 것을 경고했지만, 무기를 들고 러시아군과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는 즉각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나토는 동맹국을 방어하고 보호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전투병력을 파견하지 않겠다는 점을 공식화했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회원국이 아니다.
미국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이전부터 우크라이나 내에 병력을 보낼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했지만 서방은 병력을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 루마니아를 한계선으로 배치했다. 우크라이나에는 무기와 군용장비 등을 지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 중 하나가 나토 가입 추진이다. 그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추진과 서방의 무기 지원 등이 자국을 위협하는 문제라며 이를 멈추라고 요구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달리 어떻게 대응할 수 없는 안보 위협이 가해졌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작전이 불가피했다며 정당성을 주장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강력한 제재를 경고하며 으름장을 놓았던 서방의 대응이 예상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미국은 러시아 은행 제재와 러시아 반도체 수출 통제 등 제재 조치를 추가로 밝혔고,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한 금융, 에너지, 운동, 비자 정책, 수출통제, 수출 금융 금지 등 제재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전날 푸틴 대통령의 ‘특별 군사작전’으로 투입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동시 다발 공격을 펼치며 수도 키예프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
로이터·AP·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공격 과정에서 최소 137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숨지고 316명이 다쳤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밝혔다.
실제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SNS에 공유한 현지 피해 상황을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게 한다.
폴란드 등으로 탈출하는 피난민 행렬과 도로에 길게 늘어선 군용차, 전투기에서 떨어지는 포탄, 포격으로 무너진 건물과 다친 사람들 등 처참한 현장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 주민은 트위터에 키예프 하늘에 떨어지는 포탄이 찍힌 영상들을 공유하고 “우크라이나는 외국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우크라이나는 국가총동원령을 발령한 상태다. 90일간 발효될 이번 조치에 따라 우크라이나 내 징집 대상자와 예비군 전체가 소집된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개전 둘째 날인 이날 새벽 화상 연설에서 “우린 홀로 남겨져 나라를 지키고 있다”며 “누가 우리와 함께 러시아에 맞서 싸울 준비가 되었는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그는 “유럽의 지도자 27명에게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물었다”며 “모두가 두려워하며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우리를 도와주지 않으면 내일 당신들이 이런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