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4~5일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36.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역대 사전 투표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초박빙인 대선 흐름 조대원 전 자유한국당 고양정 당협위원장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4일 조 전 위원장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조 전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현재 초박빙, 세대별 지역별 투표율로 승부 갈릴 듯”
▲ 조대원 전 자유한국당 고양정 당협위원장(조대원 제공)
- 오늘(4일)로 20대 대선이 5일 남았어요. 더구나 오늘부터 사전투표가 시작되었잖아요.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그야말로 초박빙이지요. 결국, 승부는 세대별 지역별 투표율에 의해 갈릴 거라고 판단해요. 그간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국민의힘이 많이 유리하다고 나왔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봤거든요. 3일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하기 전까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민주당에 조금 밀린다고 분석했습니다. 그 이유는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가 세대별 지역별 인구 가중치를 반영하고 있지만, 역대 대선의 투표율까지 반영해서 결과가 나온 게 아니거든요. 역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을 살펴보면 4050세대 그리고 60대 이상 세대의 투표율과 2030세대의 투표율 간에 큰 차이가 있어요. 그리고 지역별로도 민주당이 유리한 호남의 투표율이 영남 투표율보다 단 1%라도 높았거든요. 이런 게 전혀 반영 안 된 채 단순히 세대별 지역별 유권자 숫자로만 여론조사 가중치를 둬서 내놓으니 이번처럼 초박빙 선거에선 언제든 결과가 뒤집어지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는 거예요.
제가 그런 변수를 넣어서 계산해보니 현재의 국민의힘 지지율에서 적게는 2% 많게는 5% 정도를 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거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거죠. 민주당이 다소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거예요. 안철수 후보의 득표율을 6~8%라고 예측하고 거기서 50% 정도는 윤석열 후보에게 가고 30%는 이재명 후보, 나머지 20%는 심상정 후보나 기권으로 빠질 것 같아요. 그럼 윤 후보 지지율이 1-1.5% 올라가서 정말로 초박빙 선거가 된 것이죠. 결국 자기 당에 유리한 세대와 지역의 유권자가 얼마나 더 투표장에 가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입니다. “
- 3일 새벽 야권 단일화에 윤석열, 안철수 후보가 합의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민주당 사람들은 결국 단일화 없이 4자 구도로 대선을 치를 거라 다들 예상했어요. 그러니 선거 막판에 정말로 대형 악재가 터졌다고 생각했을 거고, 국민의힘은 앓던 이가 빠지면서 드디어 승리 확정 지었다고 확신했을 거고요. 그런데 국민의힘 지지자들을 빼고 나머지 국민들이 봤을 때는 그게 그리 대단하거나 감동적이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바로 하루 전날까지만 해도 양쪽에서 얼마나 많은 폭언과 조롱을 서로 주고받았어요. 그런데 마지막 토론 마치고 그 새벽에 맥주 한 캔씩 나눠 마시며 전격적으로 단일화를 이뤄냈다고 서로 껴안고 웃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어찌 비쳤겠어요? 게다가 단일화 이후에 벌써 안철수 전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당 대표 자리를 놓고 ‘그 사람’ ‘그자’란 말까지 주고받으며 싸우잖아요. 지역의 당협위원장들은 합당 후 국민의당 사람들이 자기 자리 노릴까 봐 또 전전긍긍하고요. 이처럼 대선 이후의 밥그릇 싸움을 이미 시작한 듯한 모습을 보이니 그게 국민들에게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단일화’로 비치겠냐는 거죠.
“안철수, 입각보단 당 대표 노릴 듯”
- 단일화가 늦어진 이유는 뭘까요?
”다른 게 뭐 있겠습니까. 애초에 국민의힘에서 안철수 후보가 제안한 100% 일반 국민여론조사를 받았으면 간단히 끝나는 문제였어요. 그런데 윤석열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100%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거기에 이준석 대표의 다분히 개인감정이 실린 안 후보에 대한 비토도 단일화 지연에 또 하나의 결정적인 방해물이 됐고요.“
- 윤석열 후보가 당선될 시 안철수 전 후보의 내각 입각 얘기도 나오는데.
”책임총리 등의 말도 있는데, 지금 언론에 흘러나오는 말을 종합해보면 안철수 전 후보는 2년 총리하고 물러나는 것보다 당 대표 자리 확보 후 차차기를 노리겠다는 계산이 이미 끝난 것 같아요. 제가 봤을 때 안철수 전 후보는 자기 가까운 사람들을 입각시키고 자신은 당을 접수해서 차차기 대선에 도전하기 위한 기반작업을 하는데 사활을 걸 것으로 보여요.“
- 그러나 이준석 대표 말을 들어보면 이건 흡수통합이고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출마는 몰라도 지금 당 대표 하는 건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아요.
”이준석 대표 입장에선 당연히 그렇게 나오겠죠. 하지만 정치란 게 결국 2인자를 위한 공간은 없는 거거든요.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의 역할이 끝나듯, 권력을 잡고 나면 1인자가 다시 서열정리에 들어가는 게 늘 반복되어온 이 바닥 생리예요. 지금이야 선거가 급하니 이준석 대표 손을 잡고 있지만 대선 끝나면 윤 후보가 그냥 두려고 해도 ‘윤핵관’들이 가만 안 있을걸요.”
- 안철수 전 후보가 사퇴함으로 정치생명은 사실상 끝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다수의 국민들이 판단할 때는 그렇게 보는 게 맞죠. 근데 정치라는 게 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거든요. 불과 작년 초만 해도 정말로 이재명 윤석열 같은 분이 대통령 될 거라고 몇 명이나 예상했겠어요? 안철수 전 후보가 이제까지의 시행착오와 실수를 철저히 복기하면서 국민의힘이라는 집권 여당에 잘 뿌리 내려 당내 경쟁자들을 하나씩 누르면서 외연을 확장해 간다면 차차기를 노리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 양강 후보의 장단점을 뽑으라면 뭔가요?
“이재명 후보의 장점이라면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통해서 보여준 안정감이고, 윤석열 후보의 장점이라면 이번 단일화도 결국 윤석열 후보가 안철수 후보와 직접 대면하면서 곧바로 이뤄낸 거잖아요. 추진력과 강단이 남다르다는 게 다시 한번 입증되었다고 봅니다. 반면 단점이라면 이재명 후보의 경우 거짓말을 잘한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통합의 메시지를 쏟아내도 당선된 후에도 실제로 저걸 할까란 진실성과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있고, 윤석열 후보의 경우 선대위 캠프 하나도 잡음 없이 못 이끌어 가는 정치 초짜가 장차 국정 난맥상을 잘 풀어갈 수 있을까란 의구심이 있어요.”
“누가 되든 통합 정부 할 듯”
- 양당 후보가 통합정부 하겠다고 하는 거 같은데 집권 시 제1야당은 빼고 말하는 것 같아요. 그게 통합 정부가 맞을까요?
“그건 좀 고민해 봐야 되는 게, 그러면 통합정부 한다고 모든 당이 다 뭉쳐서 같은 당처럼 하면 견제는 누가 하죠? 야당 역할은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단은 가장 큰 상대는 빼고 나머지 당들을 묶어서 통합 정부를 하겠다는 것 같고요. 그다음 이유로는 통합정부론이 나오게 된 배경이 현재 윤석열 후보든 이재명 후보든 단독으로 집권해서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기 힘든 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통합정부 하자는 거 아니겠어요. 하지만 그런 정치적 계산 때문에 나오는 거라고 해도 저는 ‘통합정부’ ‘연정’ ‘다당제’ ‘권력 분산’ 등의 화두가 그간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시대적 흐름이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 대선 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한다고 했잖아요. 그러나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합당한다고 하고 안 됐잖아요. 이번엔 합당될까요?
“당 대 당 통합이든, 아니면 국민의당을 국민의힘이 흡수하는 형태로든, 대선 이후 통합은 반드시 이뤄질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안철수 전 후보 입장에선 더 이상 돌아갈 곳이 없어요. 이번에 마지막 승부를 본 것이기에 어떻게든 통합된 당 안에서 생존책을 강구할 것이라 여겨집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안철수 전 후보와의 단일화를 대선 승리의 마지막 퍼즐로 추켜세워 놨잖아요. 경선도 포기하고 백기 투항한 사람을 대선 후 낯빛을 바꿔 쫓아내면 또 민심의 분노와 조롱을 사게 될 것이고요.”
- 이번 대선의 특징이 선거를 스포츠로 만든 거 같거든요. 제 생각에 후보는 당선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당선 후 어떻게 해야 할지 정책을 내놔야 하는데 없어요. 그냥 프로야구단의 목표가 한국시리즈 우승이듯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목표는 대선 승리지 당선 후 뭘 할 건지 비전 제시가 없는데.
“비전이 없다 정책이 없다고 하시는데, 저는 각 당이 이미 정책과 비전을 다 내놨다고 봐요. 비전과 정책이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각 당이 선거 기간에 내놓은 비전과 정책을 얼마나 잘 지킬 것인지가 더 큰 문제로 보여요.”
- 대선 끝나면 후유증이 클 것이란 전망도 있던데.
“분명 그렇게 될 겁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간에 국민 지지율 50% 언저리에서 출발해야 하니 쉬울 리가 있겠어요. 이번 최악의 비호감 대선 과정에서 갈가리 찢긴 민심을 다시 화해시키고 통합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야 될 겁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대선 기간에 자기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쏟아놓았던 선심성 정책과 말의 잔치를 어떻게 수습할 것이냐는 문제에 부딪혀 상당한 갈등과 혼란이 시간을 겪어야 할 것이고요. 그리고 이런 갈등과 혼란의 시간은 결국 또 하나의 시대상이 되어 다시 화해와 통합의 리더십을 가진 새로운 지도자상에 대한 갈망으로 표출될 것이라고 봐요. 권력분점, 선거제도 개편, 정계 개편, 더 나아가 헌법 개정까지 일련의 변화와 혁신이 필연적으로 뒤따를 것이라 예상해요. 이런 급격한 변화의 과정이 끝나고 새로운 정치 형태와 질서가 안착할 때까지 상당한 혼란과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니 나라가 여러모로 많이 힘들 것이고요.”
- 개헌은 대선 때마다 나왔지만 안 됐잖아요. 이번엔 개헌 가능할까요?
“이번에는 결국 할 수밖에 없다고 여겨지는데 그 이유는 이미 민주당과 정의당이 구체적인 정치개혁안 제시하며 3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까지 제출한 상태잖아요. 이걸 국민의힘이 진정성이 있네 없네 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지만, 안 받으면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시작부터 구태 기득권 세력으로 낙인찍힐 게예요. 당장 6월 지방선거에서부터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고요.
사실 민주당 사람들도 자기 힘만으로 무난히 집권할 것 같았으면 굳이 기득권 내려놓기를 하려 했겠어요? 민주당도 어쩔 수 없어서 하는 거예요. 거기에 비하면 국민의힘은 그런 시대 흐름을 읽어내는 것조차 민주당보다 훨씬 무딘 거고요. 역사를 쭉 보면 예를 들어 5공 군사정권의 6.29 선언도 정권이 무너지고 다들 감옥 가게 될 막다른 상황에 몰리자 어쩔 수 없이 나온 거잖아요. 마찬가지로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도 이미 시작된 현 여의도식 정치체제에 대한 민심의 폭발과 시대의 요구를 거스를 수는 없을 겁니다.”
- 남은 시간 변수가 있을까요?
“이제 다 나오지 않았을까요? 나올 변수는 다 나온 것 같은데, 굳이 하나만 더 짚으라면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한 ‘투표율’이 마지막 남은 변수라면 변수인 것 같아요.”
- 확진자가 늘어난다면 이게 어떤 변수가 될까요?
“확진자가 하루 수십만 명씩 생기면 특히 연세 드신 분들 위주로 건강이 안 좋아져 투표장에 못 나가실 수 있으니까, 이번 같은 초박빙 선거에선 그게 작게나마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겠죠. 또 확진자는 선거 당일의 경우 오후 6시부터 한 시간 반 밖에 투표 시간이 없는데, 고령자들이 더욱 투표에 어려움이 생길 거니 지금 국민의힘도 사전투표에 사활을 걸고 저리 야단인 거 아니겠어요.”
- 누가 당선될 거로 예상하세요?
“투표율이 60%대면 윤석열 후보가 100만 표 차 이상으로 압승, 70% 초반대면 윤석열 후보가 50만 표 전후로 승리, 투표율이 75% 정도면 예측불허의 박빙, 그리고 지난 대선 수준인 77% 이상으로 투표율이 올라가면 이재명 후보한테 유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겠냐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대선만큼 지방선거 후보도 관심 가져야 정치의 수준 달라져”
- 마지막으로 유권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이번 대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정말 감동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봤다’고 얘기하시는 분은 거의 못 봤어요. ‘찍을 사람이 없어 괴롭다’ ‘이런 투표 꼭 해야 하나’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이런 실망과 분노가 국민의 가슴을 관통하는 전반적인 기류였죠. 그런데 따지고 보면 평소 국민들이 대통령 선거만큼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에 크게 관심을 안 가져서 생긴 일이기도 해요. 음주 사기 폭력 전과로 별을 몇 개씩 달아도 늘 찍어오던 그 당 소속이면 시의원 도의원 찍어줬지 그 후보자가 살아오며 쌓아온 경력이나 이력 등을 꼼꼼히 살피는 유권자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그걸 확인하면서 투표했다면 지금 우리 정치의 수준은 많이 달라져 있을 겁니다. 국민 스스로가 정치의 주인이고 정치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주체라는 생각으로 평소 관심과 참여를 이어주시면 더는 돈과 학벌에 기댄 소수 기득권층이 이 나라 정치 권력을 독점하는 구시대가 종식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영광 객원기자 kwang38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