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우리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쟁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일원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 전쟁 자금 확보 능력에 또다른 강력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날 러시아산 원유·가스·석탄 수입금지를 선언했다. 미국은 또 현지 에너지 생산을 목적으로 미국인이 자금을 대지 못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후폭풍은 클 전망이다. 유가를 끌어올려 자국민은 물론 전 세계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를 위해선 비용이 든다”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면서 가격 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적게 수입한다. 전체 수입 비중에서 약 3%다. 석유제품을 포함하면 8%다. 가스는 수입하지 않는다.
유럽 사정은 다르다. 유럽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 유럽은 가스 90%, 석유제품 97%를 수입에 의존한다. 가스 40%·원유 25% 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가 ‘목줄’을 쥐고 있는 셈.
유럽으로선 미국 결정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참고로 미국은 유럽연합(EU)와 합의 없이 단독으로 원유 수입 금지 결정을 내렸다.
EU도 같은 날 러시아 에너지 유럽 의존도를 줄이려는 방안을 제시했다. 러시아 천연가스 올해 수입 목표량을 3분의 2로 줄이고 2030년 이전까지 러시아 화석연료에서 독립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한국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도 낮은 축에 속한다. 한국이 지난해 수입한 러시아산 원유는 5375만 배럴로 전체 수입량 5.6%를 차지한다.
그러나 고유가 기조가 길어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 이러면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수송비 등을 뺀 정제마진이 둔화해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대열에 합류할 지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만일에 대비해 석유는 미국·북해·중동산, 석탄은 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콜롬비아산, 가스는 카타르·호주·미국산 물량으로 돌릴 방침이다.
문제는 다른 나라들도 공급망을 물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수급난은 더 심해질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는 원자재 수출 금지로 대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특정 상품과 원자재 수출 금지 명령을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 원유 수입 금지를 선포하고 EU가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량을 줄이겠다고 한 지 불과 몇 시간 후에 내린 명령이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석유 생산국이자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다. 또 알루미늄·니켈·팔라듐 등 비철금속 주요 수출국이다. 러시아 도발로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경기후퇴) 우려도 나온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우리 주가도 전날 하락 압력을 받았다. 8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8.91포인트(1.09%) 내린 2622.40에 거래를 마쳤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