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R 대기 5시간 동안 수없이 곱씹었다... 忍忍忍

PCR 대기 5시간 동안 수없이 곱씹었다... 忍忍忍

코로나 PCR 검사 ‘체험기’
검사 안내 요원은 어디에
PCR검사 위탁업체가 관리
보건소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요”

기사승인 2022-03-14 10:32:54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30만명을 넘어서면서, 선별진료소 코로나 검사 줄도 길어졌다. 검사대기 시간도 한 시간 남짓에서 최근 네다섯 시간 걸렸다는 경험담도 적잖게 들린다. 국민 10명 중 1명꼴로 코로나에 감염되는 지금. 자가진단키트 양성부터 PCR검사, 코로나 확진 통보까지. 기다림의 시간은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참을 인(忍) 세 번 이상을 곱씹었다. 10일 오전. 자고 일어나니 목이 까칠했다. 설마 하는 마음에 미리 사뒀던 자가진단키트를 꺼내 사용법에 따라 긴 면봉을 콧속에 푹 찌른 다음 용액이 담긴 통에 면봉을 넣고 쥐어짠 후, 검사용 디바이스(막대기처럼 생긴)에 용액을 네 방울 떨어뜨렸다. 5초 후 선명히 빨간색 두 줄이 생겼다. 코로나 양성이었다.

검사용 디바이스를 가방에 넣고 걸어서 수지보건소로 향했다. 오전 10시 20분께 도착한 보건소 앞에는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이 보건소 건물을 반 바퀴 감싸고 있었다. 누가 봐도 코로나 검사 줄이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왼쪽부터) 보건소 건물을 중심으로 PCR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있다.  이날 pcr검사 받기까지 대기 시간은 최대 5시간이 소요됐다.   윤은식 기자 

PCR검사 안내는커녕 ‘시큰둥’

 
줄 앞에 다가서니 보건소 관계자로 보이는 직원이 ‘코로나 검사 접수가 끝났다’는 패널을 들고 있었다. 아직 12시도 되지 않았는데 검사가 끝났다니 눈을 의심했다. 검사를 받을 수 없나 하고 물었더니 그 직원은 힘이 들었는지 작은 목소리에 짜증이 섞인 말로 “오전 검사가 접수 마감.....”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답을 듣고는 오후 검사를 위해 검사대기 줄 끝에 섰다. 몇초도 되지 않아 대기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대기줄 옆에는 신속항원검사를 하는 장소가 있었는데 검사를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방호복을 입은 사람이 이리저리 기웃거리면서 민원인들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이었다. 지금 서 있는 줄은 신속항원검사를 하는 사람과 자가 키트로 양성이 나온 사람들이 함께 서 있는 건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를 물어볼 보건소 관계자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몇십분 후 고출력 메가폰을 들고 대기인원을 파악하는 보건소 직원이 모습이 보여 물었으나, 그 직원은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훅'하고 지나쳤다.

메가폰을 들고 PCR대기줄을 파악하는 관계자 모습.    윤은식 기자 

오전 11시 11분께. 코로나 검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긴 줄에 불만인 모양이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남성은 “00지역은 여기보다 빠르데. 그쪽으로 가서 검사받자. 언제까지 기다리고 앉아있냐”고 했다.

낮 12시. 메가폰을 들고 다니던 직원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직원은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점심시간이니 앞뒤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쉬고 있으셔라"고 했다. 이날 안으로 코로나 검사를 하려면 꼼짝없이 두시까지는 이 줄을 벗어나서는 안 됐다. 한 시민은 "두 시간이나 더 기다리라고 이건 완전 ‘무대뽀’ 아니야"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12시부터 공무원 점심시간...길바닥서 쉬어라

오전부터 길바닥에서 두 시간 이상씩 서 있던 사람들은 차례로 맨바닥에 앉거나 길옆 화단 턱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 두 다리를 접었다 폈다 했다. 일부는 미리 챙겨온 간이 돗자리를 가져와 바닥에 펴고 앉아있기도 했다.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 커플은 바닥에 앉아 김밥을 먹으며 허기를 달랬고, 감염병 증상 때문인지 그 옆으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쪽잠을 청하는 여성도 눈에 띄었다. 검사를 받으러 온 어느 가족의 아버지는 딸아이가 기다림에 지칠까 연신 말을 걸고 재미나는 이야기도 해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는 모습.    윤은식 기자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시간은 거북이걸음보다도 더 더디게 흘렀다. 휴대전화로 이것저것 영상도 보고 인터넷 검색도 하고 시간을 보내도 시간은 내 맘 같지 않았다. 군입대 시절에 지옥과 같은 화생방 훈련에서 버티는 3~5분보다도 시간이 더디게 흘렀다. 오후 2시. 검사가 다시 시작했다. 검사를 기다리는 앞에 줄이 짧아지면서 고지가 눈앞에 보였지만 1시간이 더 걸렸다. 

검사대기 5시간 만에 자가 키트 양성 따로 호출
“30분이라도 일찍 해줄게”

오후 3시 방호복을 입은 여직원이 증상을 확인했고, 이름과 증상을 적으라며 이면지를 나눠줬다. 다른 직원이 나타나서는 자가 키트로 양성 나온 사람들을 추려냈다.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고 줄은 선지 5시간 만이었다. 오후 3시 20분. PCR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이 직원은 자가키트 양성 자들만 따로 모아 신속항원검사 장소로 데리고 가면서 “자가키트 양성나오신 사람들에게 30분이라도 일찍 검사를 받게 해주려고 하는 것이니 설명 잘 듣고 따라 하셔라”고 했다. 좀 어처구니없었다. 

바람에 날려 쓰러져 있는 PCR검사 안내표지판.   윤은식 기자

최근 감염 숫자를 생각하면 검사 대기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지만, 애초에 자가 키트 양성인 사람들만 따로 줄을 세워 PCR검사를 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수지보건소와 통화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였고, 홈페이지에 나온 담당자 내선 번호로 간신히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수지보건소 감염병대응팀장은 “최근에 약국이나 편의점에서도 신속항원검사를 할 수 있어서 신속항원검사수가 줄었다”며 “PCR검사 기다리는 형평성 문제도 있고 그래서 일괄 줄을 세워서 PCR검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별진료소 운영인원은 몇이고 PCR검사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는 물음에는 “보건소가 신속항원도 해야하고 확진자 대응하기도 버거워서 녹십자에 민간 위탁했다. 현행법으로 보건소가 민간위탁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PCR검사) 안내를 하는지 여부는 모른다”고 설명하며 “현장에 있는 직원들은 보건소 직원이 아니다. 보건소가 관리하는 곳은 신속항원 검사 쪽만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자가 키트부터 확진 통보까지...忍忍忍

이튿날인 11일. 오후 1시 46분. 보건소로부터 코로나 양성통보 및 격리통보를 받았고 일주일간의 격리 생활을 시작했다. 양성통보도 최근 감염 추세로 보통은 오전 9시에서 최대 11시 사이에 통보를 받았지만 지역마다 감염 규모에 따라 문자통보를 오후에 하기도 한다고 보건소 관계자는 설명했다.

자가격리통보서를 발급받기 위해 담당 부서에 연락했지만 통화하기는 여전히 하늘에 별 따기였다. 지역 콜센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지만 인내를 가지고 통화버튼을 누른 끝에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콜센터 직원은 해당 부서에 자가격리통보서 발급 요청을 해 두겠다고 했으나 보건소로부터 연락은 깜깜무소식이다.

자가 진단 키트 양성부터 코로나 양성 통보 및 격리 통보까지 16시간이 걸렸다. 16시간 동안 가슴에 새긴 참을 인(忍)은 적어도 세 번은 이하는 아니었다. 끝 모를 코로나로 방역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방역 당국 관계자들의 노고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의를 표한다. 다만 모든 관계자가 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 듯 보인다.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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