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2년차를 맞는 김하성이 올해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2020년 겨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1년 계약을 맺고 미국으로 건너간 김하성은 지난 시즌 개막 전 내셔널리그 신인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기대를 모았다.
KBO리그에서 호평을 받던 수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했다. 2루수와 3루수, 유격수를 오간 김하성은 수비 지표인 OAA(Our Above Average, 평균 대비 아웃기여)에서 +3을 기록하며 리그 상위권 수비수임을 증명했다. 샌디에이고 구단이 김하성의 수비 영상 모음집을 따로 만들어 SNS에 게시할 정도였다.
하지만 빅리그 투수들의 빠른공에는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117경기 타율 0.202 54안타 8홈런 34타점 27득점 6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622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이었다. 결국 타격 문제로 인해 시즌 중후반에는 주전 경쟁에도 밀리면서 제대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김하성을 바라보는 미국 현지의 시선도 다소 부정적이었다. 미국 매체 CBS스포츠는 지난달 “김하성은 지난해 샌디에이고에서의 첫 시즌을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 샌디에이고가 가진 내야진을 뚫지 못했다”라며 “3년 2000만 달러 정도의 계약이 남은 상황에서,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을 보내고 그 돈을 아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 시즌 김하성에게 기회가 생겼다.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구단 단장은 15일(한국시간) “주전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손목 부상을 입어 3개월 간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고 밝혔다. 타티스 주니어는 지난해 12월 경미한 오토바이 사고를 겪은면서 왼쪽 손목을 다쳤다. 당시엔 가벼운 찰과상이라고 넘겼지만 최근 스프링캠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시 통증을 느꼈다.
팀의 주전 유격수를 맡고 있는 타티스 주니어는 샌디에이고의 핵심 자원이다. 타티스 주니어는 지난 시즌 130경기에 나가 타율 0.282 42홈런 97타점 25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75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시즌 초반 타티스 주니어가 결장하게 되면서 김하성에게 기회가 생겼다. 지난해에도 시즌 중반 어깨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타티스 주니어를 대신해 김하성이 나선 바 있다.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은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타티스의 부상은 다른 이들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면서 “우리가 김하성과 계약한 이유가 있다”고 중용할 뜻임을 내비쳤다.
올해부터 내셔널리그에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되는 것도 김하성에게 호재다. 샌디에이고로선 수비가 뛰어난 김하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김하성은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뛸 수 있어 공격이 뛰어난 다른 선수를 지명타자로 보내고, 김하성이 빈자리를 대신 뛸 수 있다.
다만 김하성이 주전으로 확실히 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2루수와 외야수 포지션이 가능한 3년차 제이크 크로넨워스도 타티스 주니어의 대체 자원이다. 크로넨워스는 지난 시즌 타율 0.266 21홈런 71타점으로 뛰어난 공격 능력을 보였다.
샌디에이고의 탑 유망주 C.J 에이브람스도 김하성의 경쟁자로 충분하다. 에이브람스는 지난 시즌 더블A에서 뛰었지만, 샌디에이고 팀 내 1순위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다. 유망주 랭킹을 평가하는 MLB 파이프라인은 에이브람스를 메이저리그 전체 6순위 유망주로 평가했다. MLB닷컴은 지난 1월 에이브람스가 올 시즌 빅리그로 승격 가능하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김하성이 올 시즌 주전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타격 향상이 필수다. 한편 김하성은 메이저리그가 직장 폐쇄에 돌입한 상황에서도 일찌감치 미국으로 출국해 몸을 만들었다. 현재 팀의 스프링트레이닝에 참가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