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방역 수칙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가운데 도심 집회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요원한 실정이다.
방역당국은 아직까지 집단감염 가능성이 큰 도심 대규모 집회를 전면 허용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고령층,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의 건강 피해가 크고, 극히 소수지만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인구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방역을 이유로 집회를 억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프로 스포츠 경기와 전시회·공연 등 대중문화 행사를 재개하고, 벚꽃길도 2년만에 개방하면서 유독 노동계 집회에 대해서만 엄격한 방역 잣대를 적용한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견해차가 줄지 않은 가운데 13일 서울시내에서는 방역당국과 노동계가 정면으로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서울 도심 곳곳에서 게릴라식 집회를 예고했다. 지난 8일 서울시가 ‘대규모 집회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집회 신고서에 대해 금지를 통고했지만, 민주노총은 계획대로 집회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도심 집회는 사회적 거리두기 규정 중 ‘행사·집회’ 관련 규정을 적용해 참석 인원을 제한했다. 백신 접종 여부 관계없이 최대 299명까지 참석이 허용된다. 이달 1일부터 사적 모임 인원은 최대 10명으로 늘었지만, 행사·집회 인원은 종전의 299명으로 유지됐다.
300명 이상 참석할 예정인 비정규 공연장, 스포츠 대회, 축제 등은 관계부처의 승인 하에 관리를 받으며 개최할 수 있다. 법령에 근거한 공무, 정기 주주총회 등의 기업활동, 국제회의와 학술행사 등은 예외적으로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인원 제한 없이 진행할 수 있다.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보다 수위가 높은 규제를 할 수 있도록 각 지방자치단체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그동안 대부분의 도심 대규모 집회를 허용하지 않는 기조를 유지했다. 즉, 299명 이하의 인원이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진행하는 집회라고 해도 사실상 지자체 임의로 금지를 통고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이 사회적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캠페인 기간 ‘정치방역 아닌, 과학적 방역’을 주창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역 수칙 의무화를 강경히 비판해 왔다. 방역 패스(접종 확인서, 음성 증명서)가 윤 당선인의 코로나19 대응 분야 대표 공약으로 꼽히기도 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만큼, 도심 집회도 회복해야 할 일상의 일부라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완화하며 엔데믹을 향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유독 민주노총의 집회와 관련해선 현행 299인 제한 방침을 고수하며 정치방역을 고집하고 있다”며 “원만하고 원활한 대회의 진행과 과도하게 침해되는 기본권 보장을 위해 긴급히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내고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당선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챙기듯, 같은 처지와 형편에 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민주노총의 대화 제의에 응할 것을 요구한다”며 “(노동) 현장의 절박성을 알리고 새 정부의 국정에 노동자의 요구를 전달하고 관철시키기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일 것이며, 13일 민주노총 결의대회는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합법적인 도심 집회가 재개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행사·집회 인원 제한 역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입장이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현재와 같은 (확진자) 감소세가 계속 유지되어야 하며, 그 다음으로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질 때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외에서의 감염 위험은 실내보다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이런 판단이 (고려 사항에)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