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흑석2구역에 삼성물산만… 대우건설 왜 ‘보이콧’ 했나

‘소문난’ 흑석2구역에 삼성물산만… 대우건설 왜 ‘보이콧’ 했나

대우건설, 집행부 ‘편향성’ 비판하며 입찰 포기

기사승인 2022-04-20 05:00:02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위치한 흑석2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주민대표회의.   사진=조현지 기자

공공재개발 1호 사업지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 재개발이 유찰사태를 맞았다. 삼성물산이 단독입찰하면서 경쟁입찰이 불발됐다. 참여가 유력했던 대우건설은 불공정 경쟁을 주장하며 불참을 선언했다. 

흑석2재정비촉진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주민대표회의는 19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했다. 마감시간인 오후 3시까지 입찰을 위해 동작구 흑석동 주민대표회의를 찾은 시공사는 삼성물산이 유일했다.

1호 공공재개발이라는 상징성과 한강변에 위치한 준강남 입지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것과 대조적인 성적표다. 지난 1월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DL이앤시, HDC현대산업개발, SK에코플랜트 등 대형 건설사 8곳이 참여하며 뜨거운 관심을 보인 바 있다. 건설사들의 열띤 경쟁으로 수주전 과열 양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은 2회, 삼성물산과 GS건설은 경고 1회 처분을 받았다.  

대우건설의 불참은 막판까지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당초 대우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을 제시하는 등 수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때문에 이번 입찰은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의 2파전으로 예상됐다. 현장 홍보활동도 가장 활발히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흑석동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홍보활동은 대우건설이 가장 열심히 한다. (대우건설 외에) 다른 건설사의 홍보활동은 본적이 없다. 대우만 열심히 다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우건설은 ‘불공정 경쟁’을 근거로 들며 입찰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은 입찰 마감 직후 조합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오직 흑석2구역만을 위한 맞춤형 제안서를 준비했지만 이번 입찰을 포기하게 됐다”며 “특정 시공사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집행부의 편중된 방향에 입찰 후의 리스크가 감당할 수 없는 범위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쟁업체인 삼성물산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추가 입찰 가능성은 열어뒀다. 조건은 주민대표회의의 ‘공정한 운영’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의미가 있나’라는 판단을 했다”며 “집행부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편중된 부분이 고쳐진다는 보장이 있으면 참여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장문에서도 “특정 시공사와 집행부만의 이익이 아닌 소유주님들의 이익을 위해 주민대표회의가 공정하게 운영된다면 준비한 제안서가 빛을 볼 수 있도록 다시 뛸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대우건설 측의 주장에 “입찰 일정이 진행되는 것에 따라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향후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주민대표회의 측은 논의를 거쳐 재입찰 일정을 잡을 계획이다. 시공사 선정이 불발됨에 따라 재개발 계획도 미뤄지게 됐다. 주민대표회의 관계자는 “재입찰 공고를 낼지 신규 입찰 공고를 낼지 논의가 필요하다. 조합원들과 논의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시공사 선정이 처음부터 새로 진행되는 만큼 5~6개월가량 계획이 미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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