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표한 ‘서울시 청년통계(2023)’에 따르면 서울의 청년(만19~39세) 인구는 약 286만명이다. 전체의 30.5% 수준으로, 인구의 약 3분의 1이 청년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서울 집값은 19년 만에 최대 상승률(8.71%)을 기록했고,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평균가는 처음으로 15억원을 돌파(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조사)했다. 근로소득으로 생활하는 청년의 자립은 그림의 떡이다.
기자가 최근 20~30대 서울 청년을 온·오프라인으로 만나 취재한 결과, 이들 대부분 수도권 1인 청년 가구의 평균 주거면적인 약 9평(29.7㎡)보다 좁은 5~7평대(23.1㎡ 이하) 전·월세 원룸을 전전했다.
책상을 놓고, 행거를 설치하고, 빨래건조대를 펴고 누우면 더 이상 공간이 없다. 비좁은 공간은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집에서 음식을 해먹거나 운동을 하려면 공간을 따로 만들어야 하다 보니 퇴근 후 번거롭지 않게 배달음식을 주문하고 유튜브, OTT 등으로 영상을 시청하며 하루를 끝낸다.
불편을 감수하고 이처럼 작은 공간에서 머무는 이유는 ‘오늘이 가장 싼’ 집값 때문이다. 청년층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관악구의 5평대 원룸 전세가가 1억원대다. 영등포구의 7평 오피스텔은 복층임에도 불구하고 2억원을 웃돈다. 요즘에는 전세 매물 자체가 줄어 여건이 더 나은 집을 구하기도 어렵다. 기자라고 다를까. 상경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청약·부동산 앱을 훑는 게 일상이다.
서울 거주 청년들에게 치안이나 역세권은 둘째 문제다. 일단 지낼 곳을 찾는 게 급하다. 최근 3개월간 발간된 청년·주거 관련 보고서들을 펼쳐놓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청년층의 무주택가구 비율은 2023년 73.2%로 2015년(65.9%)보다 7.3%p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무주택가구 비율이 0.4%p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1725% 차이(국가데이터처 ‘한국의 사회동향 2025’)다.
집값을 마련하지 못한 청년은 서울을 떠난다. 사실상 퇴출이다. 지난해는 30대 청년 2만6224명이 서울을 떠났다. 전체 유출(4만5692명)의 과반(국가데이터처 ‘2024년 국내인구이동통계’)을 차지했다. 서울연구원은 서울 유입 진입장벽을 높이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가·부동산가격 상승’을 꼽았다. 수도권에서 연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내 집을 마련하려면 평균 8년8개월이 걸린다는 분석(국토교통부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도 있다.
주택매매 및 전세 가격 상승과 더불어 월세 비중 확대 등 복합적인 변화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취약계층의 주거비용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한국은행 ‘2025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가격 상승 전망이 계속되고 서울 아파트가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는 가운데 청년들이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조급함을 갖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기는 살기 위한 몸부림일 수 있다.
정부도 손 놓고 있진 않았다. 집값을 잡기 위해 6·27 대출 규제, 9·7 공급 대책, 10·15 부동산 대책 등을 연달아 내놨다. 하지만 집값은 오히려 올랐다. 정치권은 어떨까. 모두가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정부 대책을 사이에 놓고 공방만 이어갔다. 청년들은 양당이 체감할 만한 정책 활동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
오히려 소수 정당이 청년 주거권 보장에 적극적이었다. 조국혁신당은 용산공원에 청년 주택단지를 조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진보당은 △공정임대료 도입 △임대료인상률 상한제 △전월세 평생계약갱신청구권 등을 추진한다고 했다.
주거권은 사람이 살기 위해 필요한 요소인 ‘의식주’ 중 하나다. 즉, 민생 문제와 직결된다. 특검 구성이나 지방선거 준비 등도 중요하겠지만 동시에 청년이 살 길을 외면해선 안 된다. 이미 민생보다 정쟁을 중점에 둔 거대 양당에 등을 돌리는 청년 중도층이 생겨나고 있지 않은가.
청년층에서는 영원히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평생 임차세대’라는 말이 나온다. 이대로라면 서울 인구 3분의 1이 갖는 좌절감과 비판은 더욱 커질 것이 자명하다. 정치권과 정부는 ‘여기 이곳에 청년들이 살고 있다’라는 외침을 흘려듣지 말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