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장애인들의 지하철 탑승 시위가 다시 시작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은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의 미흡한 장애인 정책을 비판하는 논평을 내고 시위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인수위에서 브리핑한 장애인 정책은 장애인 차별을 철폐하기는커녕, 21년째 외치고 있는 장애인들의 기본적인 시민권을 보장하기에 너무나 동떨어지고 추상적인 검토에 불과했다”며 “21일 오전 7시부터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2호선 시청역·5호선 광화문역 세 군데에서 동시에 ‘출근길 지하철을 탑니다’를 진행하려 한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인수위와 지난달 29일 면담을 진행하고 이날까지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인수위의 책임 있는 답변을 낼 것을 촉구했다. 전장연은 답변을 기다리는 기간 지하철 탑승 시위를 멈췄다. 이후 19일 인수위는 ‘장애와 비장애와의 경계 없는 사회 구현을 위한 장애인 정책’ 브리핑을 통해 인수위가 검토 중인 장애인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 내용 가운데 전장연이 요구한 2023년도 장애인권리예산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전장연은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와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지원을 위한 장애인권리예산 확보를 요청해 왔는데, 해당 사안에 대해 인수위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인수위 브리핑에 대해 전장연은 “인수위의 브리핑이 전장연의 제안을 검토한 결과라면, 더 이상 소통을 통한 장애인들의 시민권 보장이 의미를 지니기 어려울 것이라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기본적인 장애인들의 시민권도 보장되지 않는 비장애인들만의 문명사회는 장애인에겐 비문명사회”라고 비판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장총)도 이날 논평을 통해 새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장총은 “장애인의 권리증진은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더욱 필요하지만, 새로운 정부의 출범에 있어 우려되는 점이 많다”며 “개인예산제 도입 등 윤석열 당선인이 발표한 장애인 공약은 범 장애계 요구공약에 비하면 극히 일부만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인수위의 소통 방식이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장총은 “장애계와의 소통 과정이 다양한 장애 유형과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기는 부족했다”며 “돌이켜보건대, 대선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소극적 의지 표명과 당대표의 대외 설전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장애인정책의 비전 창출을 주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부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여왔다. 지난달 30일부터는 시위를 잠시 멈추고, 인수위에 장애인 권리예산 등에 대한 답변을 촉구하며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삭발결의식을 매일 진행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