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1분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원자잿값 고공 행진 등 각종 위기 속에서도 선방했다. 특히 기아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의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 같은 호실적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가 증가한데 이어 우호적 환율 효과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차량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되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대차·기아는 2분기 경영 불확실성을 예의주시하면서도 2분기부터 실적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현대차, 대외 악재 뚫고 '질주'···1분기 영업익 2조 육박
현대차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조928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5일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6566억원)보다 16.4% 늘어난 수치다. 특히 이번 1분기 영업이익은 2014년 2분기(2조872억원)의 최대 기록을 7년 9개월 만에 넘어섰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영업이익이 판매 물량 감소에도 제네시스, SUV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과 선진국 중심의 지역 믹스 개선에다 우호적 환율 효과까지 더해져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며 "주요 시장의 재고 수준이 매우 낮은 상황으로, 이에 따라 인센티브 하락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호실적에도 1분기 글로벌 판매량(도매 기준)은 전년 동기보다 9.7% 줄어든 90만2945대를 기록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아이오닉 5, 캐스퍼, G90 등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지만, 반도체 공급 부족과 중국의 일부 지역 봉쇄에 따른 부품 부족 영향으로 전체 판매량은 작년보다 18.0% 줄어든 15만2098대에 그쳤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유럽 권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장 판매가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 영향으로 약세를 보여 전년 동기보다 7.8% 줄어든 75만847대가 판매됐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한 30조2986억원으로 집계됐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SUV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 효과와 환율 효과가 전체 물량 감소 영향을 상쇄하면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2% 오른 1205원이었다.
경상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조2786억원, 1조7774억원이었다.
◇ 기아, 1분기 매출·영업익 모두 역대 최대
특히 기아는 대외 악재 속에서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기아는 25일 연결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조606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보다 49.2% 증가한 수치로, 2010년 새로운 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이후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 2분기의 1조4872억원이었던 기존 최대치를 넘어섰다.
기아는 "개선된 상품성 및 브랜드 인지도 제고 등에 힘입어 차종별 목표 수익률을 상향하고 인센티브를 큰 폭으로 축소하는 등 '제값 받기' 가격 정책을 펼친 결과 역대 최고 수준의 평균 판매가격 상승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성이 높은 레저용 차량(RV) 판매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1.6%포인트(p) 오른 61.3%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여기에다 우호적 환율 효과가 더해져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덧붙였다.
1분기 글로벌 전체 판매(도매 기준)량은 전년 대비 0.6% 감소한 68만 5739대를 기록했다. 국내의 경우 전년 대비 6.5% 감소한 12만1664대, 해외는 전년 대비 0.7% 증가한 56만4075대를 팔았다.
국내 시장은 신형 스포티지 신차 효과와 최적의 생산 노력에도 반도체 등 부품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쏘렌토, 카니발 등 주요 차종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
해외 시장 역시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 탓에 재고 부족 현상이 이어졌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모든 차종에 걸친 강한 수요가 이어진 데다 유연한 생산 조정과 함께 선적이 중단된 러시아 권역 물량을 다른 권역으로 전환해 판매 차질을 최소화해 북미와 유럽, 인도 권역에서 높은 판매 증가를 기록했다고 기아 측은 설명했다.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7% 증가한 18조35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인 지난해 2분기의 18조3395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5천180억원(전년보다 15.1% 상승), 1조326억원(전년보다 0.2% 하락)으로 나타났다.
◇ 여전히 불안한 2분기, 대책은?
현대차는 향후 경영환경 전망과 관련해 글로벌 팬데믹 상황의 진정과 반도체 부족 사태의 점진적인 안정화를 예상하면서도, 중국 일부 도시 봉쇄 결정으로 인한 부품 수급 불균형 현상의 지속, 국가 간 갈등 등 지정학적 영향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 등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어려운 경영환경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 변동성 확대 및 업체 간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상승도 경영활동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편 현대차는 주요 국가들의 환경규제 강화와 친환경 인프라 투자 증가, 친환경차 선호 확대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은 전기차를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생산 및 판매 최적화를 통한 판매 최대화 △고부가 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을 통한 점유율 확대 및 수익성 방어 △GV60, GV70 전동화 모델, 아이오닉 6 등 주요 신차의 글로벌 출시를 통한 전기차 라인업 강화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기아도 중국 상하이 봉쇄 지속, 원자잿값 상승,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구매력 저하 등 경영 불확실성을 예의주시하면서도 2분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는 "최근 국내도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조치가 취해지는 등 2분기부터는 코로나19 영향에서 대부분 벗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반도체 수급 상황도 일부 완화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반도체 등 부품 수급 상황 개선과 연계해 공장 가동률을 최대화해 대기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판매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에 걸쳐 강력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데도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선 부품 공급선 다변화, 가용 재고 및 물류 효율성 극대화 등으로 대기 수요 해소에 나서는 한편 제품 및 트림 믹스를 계속 상향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친환경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더욱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EV6와 신형 니로 등 친환경차 판매 확대에 집중해 전기차의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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