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용서를”…빌보드가 초대한 ‘논란의 인물’

“사랑과 용서를”…빌보드가 초대한 ‘논란의 인물’

인종차별 발언한 백인 가수 모건 월렌 복귀
트래비스 스콧, 관객 압사 사고 이후 6개월 만에 공연
“이제는 용서할 때”

기사승인 2022-05-16 17:13:05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공연하는 미국 가수 모건 월렌. 로이터

1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즈의 열쇳말은 ‘두 번째 기회’였다. 논란에 휩싸였던 가수들에게 복귀 무대를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그렇다.

앞서 인종차별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가수 모건 월렌은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상을 타고 축하 공연도 했다. 지난해 야외 공연 도중 벌어진 관객 압사 사고로 법정 분쟁에 휘말린 스콧 트래비스도 사건 이후 처음으로 시상식 무대에 올랐다. 올해 빌보드 뮤직 어워즈 총괄 프로듀서로 나선 미국의 힙합 거물 디디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월렌과 스콧이 인생에서 두 번째 기회를 얻는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돌아올 수 있도록, 이제는 용서할 때”라면서 “우리에겐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악수 나누는 푸샤 티(왼쪽)와 월렌. AP연합뉴스

월렌은 지난해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그가 흑인을 ‘검둥이’로 지칭하는 이른바 ‘N 워드’를 사용하는 동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다. 월렌은 소속 레이블과 계약을 해지 당했고, 라디오 방송국은 그의 음악을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를 비롯한 여러 시상식이 월렌을 초청자 명단에서 뺐다. 반면 일부 팬들 사이에선 월렌의 음반을 구입하자는 운동이 일었다. 그를 향한 음악계 조처가 가혹하다는 항의 표시였다. 빌보드에 따르면 논란 발생 직후 월렌의 음반 판매량은 두 배로 늘었다. 아이튠즈 등에서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스트리밍 수가 급증했다. 월렌은 잘못을 사과하며 흑인 단체 지도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한때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와 맞지 않는다”며 월렌을 출연자 목록에서 뺐던 빌보드 뮤직 어워즈는 1년 만에 마음을 바꿔 그를 무대에 세웠다. 왜였을까. 시상식을 주관하는 MRC는 “우리는 인종차별을 포함한 모든 차별과 폭력에 반대한다”면서도 “내부에서 철저히 검토하고 논의한 결과, (월렌이) 끊임없이 봉사하고 의미 있는 작업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인정해 그를 초청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월렌은 이날 시상식에서 신곡 ‘돈 싱크 지저스’(Don’t Think Jejus)와 히트곡 ‘웨이스티드 온 유’(Wasted on You)를 부르고, 톱 컨트리 남자 아티스트를 수상했다. 다만 앞선 논란을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를 통해 6개월 만에 관객 앞에 선 래퍼 트래비스 스콧(왼쪽)과 모델 자젤. 로이터

또 다른 화제의 인물은 스콧이다. 스콧은 지난해 아스트로월드 뮤직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던 중 벌어진 관객 압사 사고로 홍역을 치렀다. 당시 현장에 있던 관객 5만여명이 스콧의 등장에 흥분해 일제히 무대 앞으로 몰려가면서 10명이 죽고 300여명이 다쳤다. 이후 스콧은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으며 피해자 장례식을 부담하겠다고 밝혔으나, 사고 당시 공연을 중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비판 받았다. 애초 그는 지난달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트 페스티벌에도 등장할 예정이었으나 이 사고로 출연이 취소됐다. 버즈피드뉴스에 따르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스콧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400건에 달한다.

스콧은 사건 이후 한동안 공연을 열지 않다가 이번 빌보드 뮤직 어워즈를 통해 6개월 만에 관객을 만났다. 그의 복귀는 시상식 호스트이자 프로듀서인 디디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콧은 이날 ‘마피아’(Mafia)와 ‘로스트 포레버’(Lost Forever)를 불렀다. 모델 자젤이 그의 무대에 함께 올랐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그래미 어워즈와 함께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힌다. MRC가 집계하는 빌보드 차트를 바탕으로 수상자를 가린다. 올해는 신예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톱 뉴 아티스트를 비롯한 7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품에 안으며 최다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달 열린 그래미 어워즈를 보이콧한 힙합 스타 드레이크는 톱 아티스트를 포함해 5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한국 그룹 방탄소년단은 톱 듀오/그룹, 톱 송 세일즈 아티스트, 톱 셀링 송 등 3개 트로피를 추가하며 역대 그룹 가운데 최다 수상 기록을 세웠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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