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인은 모두 천재? 당신이 그리는 장애인은 [쿠키청년기자단]

자폐인은 모두 천재? 당신이 그리는 장애인은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2-06-08 06:15:01
영화 증인 스틸컷.
드라마, 영화에서 자폐성 장애 혹은 지적 장애를 가진 주인공은 대부분 비범한 능력을 가졌다. 특별하게만 묘사하는 작품들이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지는 않을까. 

비장애인이 나오는 영화의 경우 주인공은 대부분 평범하다. 발생한 사건들은 특별할지 몰라도 캐릭터는 일상에서 흔히 보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장애인이 주인공인 작품에서는 남다른 능력을 발휘하는 주인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자폐성 장애를 가진 주인공들은 대체로 비상하고, 그 특별함 자체가 소재가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영화 증인, 그것만이 내 세상, 네이든, 내 이름은 칸, 드라마 굿 닥터. 이들 작품 속 주인공은 자폐성 장애가 있다.

증인은 동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둘러싼 변호사 순호와 사건의 목격자이자 자폐를 가진 소녀 지우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우는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을 앓는다. 서번트 증후군이란 자폐증 등 정신적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 중 일부가 특정 분야에 천재적 재능을 발휘하는 현상 이르는 말이다. 지우는 뛰어난 관찰력과 암기력으로 넥타이의 물방울 개수를 단번에 세어낸다. 사건의 중요한 해결사이기도 하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스틸컷.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도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주인공이 나온다. 주인공 진태는 자폐성 장애를 가졌지만, 피아노에 천재적 재능이 있다. 굿 닥터 주인공 역시 자폐를 가졌지만, 월등한 공간 지각력으로 인체 구조를 파악하는 등 의사로서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수학 천재로 등장하는 네이든의 주인공도, 내 이름은 칸의 주인공도 모두 마찬가지다.

장애를 가졌지만 천재의 능력을 지닌 주인공은 많았다. 이러한 캐릭터는 지난 1998년 개봉한 영화 레인맨에서부터 꾸준히 등장해왔다. 레인맨 속 주인공은 백과사전을 통째로 외우고, 특정 날짜가 무슨 요일인지 순식간에 계산해낸다. 자폐성 장애나 지적장애인 주인공이 나오는 작품은 계속 만들어지고 있지만, 반전 히어로라는 설정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자폐성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 약 20편 중 절반이 넘는 11편이 레인맨 주인공처럼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다. 영화를 본 비장애인들은 지적 장애인이 남다른 능력을 가졌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서번트 증후군은 정신적 장애를 가진 이들 가운데 2000명 중 1명꼴로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가 흔하게 접해왔던 특별한 장애인들은 천재적인 비장애인만큼 찾기 힘든 존재다. 

드라마 별나도 괜찮아 스틸컷.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많아진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영화의 극적 연출을 위한 장치로 활용된 ‘각색된 자폐성 장애’는 편견만 심어줄 뿐이다. 

자폐성 장애인의 올바른 이해를 돕는 작품은 없을까. 자폐성 장애는 극 중 장치가 아닌 극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2017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별나도 괜찮아는 자폐 장애를 가진 소년 샘 가드너가 여자친구를 사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드라마는 샘의 시선으로 본 세상을 차분하게 그려낸다. 자폐인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에 대한 반응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굳이 그들을 ‘슈퍼맨’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별나도 괜찮아처럼 평범한 그들의 시선에 주목하면 된다.  

박주하 쿠키청년기자 jhpark@sogang.ac.kr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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