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월세화가 점점 빨라지면서 윤석열 정부의 민간임대사업 활성화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월세에 거주 중인 임차인의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 계약 중 월세거래는 20만1621건으로 전체 임대차계약(34만9073건)의 57.8%를 차지했다.
이른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전세값이 크게 오른데다 강한 대출규제에 금리인상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국의 월세 계약 비중은 올해 1∼5월 45.9%→48.8%→49.5%→50.1%→57.8%로 4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반대로 전세 공급부족 현상은 커지고 있다. 전세 공급정도를 나타내는 지표 전세수급지수는 지난 6일 기준 전국 130.1, 서울 128.3, 수도권 125.5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0~200 범위 이내)는 100을 기준으로 초과하면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을 뜻한다. 오는 8월 임대차 2법 시행 2년을 맞아 전세대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에 전세대란까지 임대차 시장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민간임대사업 활성화를 본격 추진할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김선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전세의 월세화’는 민간임대주택사업의 실현가능성을 높인다는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현 정부에선 민간임대사업 활성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5월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임대차 시장의 합리적 정상화를 위한 방안으로 △임대리츠 활성화 △건설임대 등 등록임대 주택 확충 등을 거론한 바 있다.
민간임대등록제도 활성화 가능성도 언급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무주택 임차인의 실질적 주거안정을 위해 민간 등록임대제도 활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금융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를 주장해온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사업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홍기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등록임대 사업자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임대차시장 안정 및 임차인 보호를 위해서는 제도의 완전폐지보다는 중장기적 차원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세심한 제도적 설계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민간임대사업 활성화로 인한 특혜논란이 지적됐던 만큼 절충점을 찾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12·13 대책으로 임대사업자에게 금융, 세제, 사회보험료 감면 등의 혜택을 줬지만 과도한 특혜 논란이 일면서 단계적 축소 수순을 밟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민간임대 주택 사업활성화로 임대주택이 증가하면 임대차 시장 불안 해소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새로 집을 지어서 공급한다고 하면 당장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등록임대 활성화는 혜택 범위를 놓고 합의점을 찾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제도 변화는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완급조절’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