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6일 발생한 ‘미국 의회 난입 폭동’을 조사 중인 미 하원 1·6 특별위원회가 개최한 3번째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도록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에 압력을 가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각) 로이터·AP·CNN 등 외신에 따르면 펜스 전 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마트 쇼트는 지난해 1월6일 상원 합동 회의를 주재하는 동안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을 법적 권한이 없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조언했다고 말했다.
펜스는 지난해 1월6일 당시 부통령 겸 상원의장으로서 대선 선거인단 회의를 주재해 집계된 선거인단 표결에 따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선 승리를 최종 확정지었다.
펜스 전 부통령의 변호사였던 그레그 제이콥도 트럼프에게 이 계획을 제안한 트럼프 전 대통령 법률 고문 이스트먼 변호사조차도 공격 이틀 전 트럼프 전 대통령 앞에서 펜스 부통령이 절차를 중단하려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고 시인했다고 말했다.
청문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스 전 부통령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이 담긴 영상이 나왔다.
1월6일 당시 펜스 전 부통령이 선거의 합법적인 결과를 인증할 것임을 분명히 하는 공개 성명을 발표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 앞 수천명의 지지자들을 향해 펜스 전 부통령이 재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반하는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그(펜스 전 부통령)를 그만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집회 영상도 공개됐다.
위원회 위원들은 펜스 전 부통령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성난 지지자들을 자극했다고 판단했다. 청문회에서는 수천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펜스 전 부통령를 향해 “교수형에 처하라”는 식의 비판을 쏟아내는 영상이 여럿 등장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과격 시위가 계속되는 동안인 오후 2시24분께 트위터에 “펜스 전 부통령이 집계를 멈출 용기가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세라 매튜스 백악관 직원은 “(트럼프의) 트윗은 불에 휘발유를 붓는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특위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했을 당시 피신해 있던 펜스 전 부통령의 사진도 공개했다. 당시 펜스 전 부통령과 함께 있었던 제이콥 변호사는 “펜스는 미국의 부통령이 국회의사당을 탈출하는 모습을 세계가 보게 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이 지난해 1월6일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던 의회로 난입한 사건이다. 당시 의원들이 긴급 대피하고 이날 하루에만 경찰 1명을 포함한 5명이 사망했으며 700명이 넘는 폭도가 기소됐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