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말고 전통주 한 병 주세요 [쿠키청년기자단]

와인 말고 전통주 한 병 주세요 [쿠키청년기자단]

기사승인 2022-06-23 06:05:02
전통주가 2030 세대의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전통주에 빠졌다. 중장년층의 술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전통주가 2030 소비자들을 만나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

가수 박재범은 지난 2월 한국 전통 방식으로 주조한 증류식 소주 ‘원소주’를 론칭했다. 서울에서 일주일간 열린 팝업 스토어에는 총 3만여명이 줄을 섰다. 방문자와 구매자 대다수는 20~30대 청년이었다.

우리 술 홍보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설립한 전통주 갤러리 자체 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 방문객이 갤러리 전체 방문객의 약 60~70%를 차지한다. 전통주를 판매하는 술집에도 2030 세대가 가득 찬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동안 2030 세대에게 전통주는 고리타분한 술이었다. 도자기에 담아 명절에 선물하거나 제사상에 음복으로 올리던 것이 전통주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주 소비 주종은 소주, 맥주 혹은 와인이었다.

청년이 전통주에 눈을 돌린 이유는 변화하는 술 문화에 있다. 박보현 전통주갤러리 홍보실장은 “‘부어라 마셔라’로 통일되었던 애환의 음주 문화가 최근에는 술을 즐기는 문화로 변했다”면서 “이는 혼술(혼자 마시는 술)과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이 대중화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말했다. 술을 소비하는 분위기가 달라지자 청년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저도수인 탁주나 도수가 높지만 천천히 마시는 약주 등으로 옮겨갔다.

전통주를 즐기는 방식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청년은 막걸리와 부침개, 약주와 제사음식으로 통했던 관습에서 벗어났다. 이들은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탁주나 약주, 과실주를 즐긴다. 그리고 여기에 파스타나 피자, 케이크 등을 안주로 곁들인다. 치즈나 바질 같은 이국적인 식재료도 더한다. 한식 주점에서 벗어나 트렌디한 인테리어와 안주로 승부를 보는 전통주 주점들의 인기는 2030 세대가 전통주를 어떻게 즐기는지 보여준다. 

청년이 주도한 전통주 열풍은 시장의 변화도 끌어냈다. 전통주를 담은 병의 디자인이 바뀐 것이다. 도자기가 아닌 힙하고 트렌디한 전통주가 등장했다. 기존의 양조장들도 병 모양을 바꾸거나 새로운 라벨을 붙이는 등 젊은 층을 타켓팅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통주를 자주 마신다는 천광일씨(25세)는 “요즘 전통주들은 촌스러운 플라스틱병이 아닌 와인처럼 세련된 병에 담아 나온다. 예쁘니까 더욱 손이 간다”고 했다.

2030 세대에 부는 전통주 열풍은 단순히 술 문화에서 벗어나 전통을 다양한 방식으로 계승할 수 있다는 일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어떻게 재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통은 곧 새로운 문화가 되기도 한다. 시대의 흐름에 보조를 맞추기 시작한 전통주가 청년과 함께 세상에 어떤 그림을 그려 나갈지 주목된다.

정슬기 쿠키청년기자 sookijjo@naver.com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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