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거 로또보다 ‘주거 사다리’가 필요하다

청년, 주거 로또보다 ‘주거 사다리’가 필요하다

기사승인 2022-06-21 20:25:55
경기 성남시 분당고 LH 경기지역본부.   사진=조현지 기자

영끌부터 패닉바잉, 빚투, 벼락거지 등으로 대표되는 각종 부동산 신조어는 2030세대의 주거불안을 명확히 보여준다. 널뛰는 주택가격에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영끌) 집을 사고 빚을 내서(빚투) 투자하는 등 쫓기듯 집을 구매하는(패닉바잉)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 집을 사지 않은 사람들이 오히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가난해졌다는(벼락거지) 자조적인 평가도 나왔다.

가중되는 청년들의 주거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있을까.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1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LH 경기지역본부에서 ‘밀레니얼 세대, 청년 주거사다리 기반 마련’이라는 주제로 2022년 제2회 주거복지 미래포럼을 열고 탄탄한 청년 주거안전망 구축을 위한 방안 모색에 나섰다. 

이날 포럼에서는 청년 주거 안정화를 위한 주거사다리 구축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어졌다. 주택을 소유하고자 하는 청년세대의 요구에 맞춰 자가소유에 방점을 찍고 지분형 주택을 활성화해야하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자가 소유를 정점으로 하는 주거사다리가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시됐다. 

21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LH 경기지역본부에서 ‘밀레니얼 세대, 청년 주거사다리 기반 마련’이라는 주제로 2022년 제2회 주거복지 미래포럼이 열렸다.   사진=조현지 기자

“자가소유를 향한 주거사다리가 필요하다”

무주택 임차가구가 자가소유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한걸음씩 밟아가며 가까워지는 단계적 수단.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학계의 평가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주거사다리의 정의다. 사다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게 하는 수단인 만큼 주거사다리를 통해 거주주택의 자산가치를 높이고 ‘자가소유’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게 하는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가 2020년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역이나 소득수준, 자산규모 등에서 대부분 자가소유를 희망하는 가구가 더 높게 나타났다. 김 교수는 “청년 무주택임차가구는 무주택임차 내에서 주거안정을 달성하기보다 자가소유를 목표로한 주거사다리에 올라가기를 더 희망한다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했다. 

다만 현재는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하더라도 청년 무주택 임차가구가 지역 내 중간 정도의 주택을 구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청년이 바라는 주거사다리가 제대로 구축됐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것. 

이에 김 교수는 “지분형 주택의 활성화, 다양화와 소형자가주택의 개발 및 보급을 통해 주거사다리를 제작하는 게 필요하다”며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주거 로또가 아니라 주거사다리다. 개별 프로그램이나 특별공급이 아니라 일반 공급(청약) 틀 내에서 효과적으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분형 주택은 이른바 ‘할부주택’이라고도 불린다. 분양가의 10~25% 가량만 지불하고 입주한 뒤 20~30년에 걸쳐 나머지 지분을 나눠 내면서 주택의 완전한 소유권을 갖는 방식이다. 주택 구매를 위한 초기비용이 최소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김경철 LH 소셜마켓추진단 단장은 “필요성을 느낀다”면서도 “10년에서 20년 정도 장기간 시간이 소요된다는 측면이 있고 민간에서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1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LH 경기지역본부에서 ‘밀레니얼 세대, 청년 주거사다리 기반 마련’이라는 주제로 2022년 제2회 주거복지 미래포럼이 열렸다.   사진=조현지 기자

“주거사다리가 오히려 ‘주거미끄럼틀’ 만들 우려도”

주거소유를 정점으로 하는 주거사다리가 오히려 청년 간 격차를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임덕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자가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주거사다리론이 정책적으로 지향해야할지에 대해선 성찰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며 “주거사다리가 자가 소유에 상정됐다면 이런 경쟁에서 떨어져 미끄럼틀과 같이 하강되는 현실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부연구위원은 “주거사다리에 올라탔지만 영끌로 고통받는 청년이 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영끌조차 포기하지 못하는 청년이 있기 때문에 고민이 필요하다”며 “자가비율이 높은 국가라고 행복해보이진 않는다. 주거사다리를 계속 이어갈지, 아니면 새롭게 구축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주거사다리를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임 부연구위원은 “주거사다리는 결혼과 취업, 출산, 수입상향 등의 과정을 통해 주거 소유까지 이르게 되는 일련의 단계를 표준화된 모형으로 나타낸 것”이라며 “주거사다리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한 생애 이벤트가 관련이 됐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주택 평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거 환경이 생애주기에 따라 변화하는 만큼 이를 반영해야한다는 것. 김경철 단장은 “너무 작은 평형의 주택을 자가 소유로 했을 때 실질적으로 최종적인 수요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선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30대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같은 경우는 자가주택 면적 확대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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