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스트레인지 다음은 토르다. 토르의 네 번째 솔로 무비인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감독 타이카 와이티티)가 6일 개봉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된 직후인 지난 5월 개봉해 588만 관객을 모았던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감독 샘 레이미) 이후, 다시 찾아온 마블 히어로 토르를 보려고 대기 중인 관객들이 줄을 섰다. 개봉을 하루 앞둔 5일까지 ‘토르: 러브 앤 썬더’를 예매한 관객이 40만 명을 넘었다. 전작 ‘토르: 라그나로크’(감독 타이카 와이티티)에 이어 5년 만에 돌아온 토르(크리스 햄스워스)가 자아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뉴 아스가르드의 왕 발키리(테사 톰슨), 전사 코르그(타이카 와이티티), 옛 연인 제인(나털리 포트만)과 팀을 이뤄 세상을 구하는 내용이다. 시사회로 먼저 영화를 본 쿠키뉴스 대중문화팀 기자들이 ‘토르: 러브 앤 썬더’를 어떤 시선으로 봤는지 들어봤다.
토르 매력 여전한데… “토린이”가 웬 말
‘토르: 러브 앤 썬더’는 할 일이 많다.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감독 안소니 루소·조 루소) 이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우주여행에 나선 토르를 뉴 아스가르드로 소환해야 하고, ‘토르: 다크월드’(감독 앨런 테일러)를 끝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떠난 제인(나탈리 포트만)을 불러내 못 다 한 이야기를 펼쳐야 한다. 새로운 악당 고르(크리스찬 베일)를 소개해야 하는 데다, 다음 영화로 이어지는 건널목도 지어야 한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 ‘뚱르’가 된 토르의 체중 감량도 필수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토르의 근육질 몸매에 전편 ‘토르: 라그라노크’(감독 타이카 와이티티)에서 빛을 발했던 특유의 유머 감각을 섞어 ‘토르: 러브 앤 썬더’를 완성했다. 결과는…? 토르의 근육은 더 팽팽해졌지만 웃음 타율은 떨어진다. 속도감도 고르지 못하다. 너무 많은 미션을 짊어진 까닭인지 산만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토르는 토르다. 성난 근육질 몸매를 하고서 엉뚱한 말로 웃음을 안기다가도,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삶을 고뇌하는 그의 매력은 여전하다. 그간 신의 소명을 고민하던 토르는 이번 영화에서 한층 개인적인 번뇌에 빠진다. 와이티티 감독이 “마블 최강·최고 빌런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던 고르는 크리스천 베일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다. 마이티 토르가 돼 9년 만에 MCU로 복귀한 제인은 기대보다 허망하게 퇴장하지만, 쿠키 영상에서 마블과 나탈리 포트만의 큰 그림을 예측해볼 수 있다. 발키리(테사 톰슨)의 활약은 크지 않다. 다만 팬들이 열광할 만한 장면을 남긴다.
제인을 가리켜 ‘초보 토르’라는 뜻의 “토린이”로 번역한 대목은 옥에 티다. 어린이를 합성한 신조어 ‘○린이’를 활용한 건데, 꼭 이렇게 번역해야 했을까 의문이 든다. 어린이를 미숙한 존재로 여기는 차별 표현이라서다. 역대 MCU 솔로 무비 가운데 가장 많은 어린이들이 등장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아쉽다. 발키리와 코르그(타이카 와이티티)의 대사에 동성애 코드가 나온다. 최근 ‘버즈 라이트이어’ 등 동성애가 표현된 영화에 상영 금지 처분을 내리거나 가위질을 한 중국에서 ‘토르: 러브 앤 썬더’가 무사히 개봉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볼거리 가득한데, 왜 웃기지 않을까
‘토르: 러브 앤 썬더’는 다시 히어로 세계로 돌아온 토르의 여정을 그렸다. 그에게 살아갈 이유와 목표를 만들어주기 위해 영화는 119분 동안 분주하게 움직인다. 새로운 빌런 고르가 등장하고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토르가 느끼는 결핍과 고민을 하나씩 드러내고, 또 수습한다. 외계인이자 신(神)인 토르의 설정 덕분에 즐길 수 있는 이 세상 것의 아닌 볼거리가 이번에도 시선을 잡아끈다.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전개는 왜 ‘토르’ 솔로 무비가 마블 최초로 4편까지 제작됐는지 설명해준다. 제목만 보고는 생각하지 못한 결말이 영화의 본 의미를 곱씹게 한다. 전작 ‘토르: 라그나로크’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역할을 했던 80년대 신스팝은 이번엔 80년대 메탈 음악으로 바뀌어 새로워진 느낌이다.
호감과 비호감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점은 불안 요소다. 전작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재기발랄한 ‘토르’ 특유의 분위기가 이번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독특한 스타일을 ‘토르’ 시리즈의 인장처럼 뿌리내리는 데 성공했지만, 그것이 꼭 옳은 방향인지 알 수 없다. 어떻게든 관심을 끌고 싶어 하는 발랄한 인물이 착하고 좋은 건 알겠지만 왠지 정이 가지 않는 느낌에 가깝다, 웃음이 터져야 하는 타이밍에서 한 번 웃지 못하면, 그때부터 어디에서 웃어야 할지 잊은 것처럼 어색한 시간이 이어진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영화다. 많은 이야기가 다소 급하게 진행되며 관객에게 몰입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화려한 볼거리와 인물의 매력이 장점인 건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전체 러닝 타임을 견디기엔 한계가 존재한다. 마블 네 번째 페이즈를 두고 호불호가 엇갈리는 현 실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느낌도 든다. 화려하고 재밌을 것 같은 느낌은 이전 작품과 비슷하지만, 이 이야기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럽게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준범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