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장은 ‘이준석 운명의 날’에 빨간 치마 정장을 입고 분홍색 마스크를 쓰고 회의장에 나타났다. 결연한 표정이었다. 이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7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윤리위 회의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윤리위원들은 어떠한 정치적 이해득실도 따지지 않고 오롯이 사회적 통념과 기준에 근거해 사안을 합리적으로 심의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회의는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심의하는 자리였다.
이 위원장은 8일 새벽 2시 45분경 징계 심의를 마치고 나왔다. 그는 김철근 국민의힘 당 대표 정무실장에 당원권 정지 2년, 이준석 대표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윤리위에서는 인물들의 드레스코드가 눈에 띄었다. 김 실장은 하늘색 셔츠에 검은 정장, 넥타이 없이 윗단추는 풀고 등장했다.
이준석 대표 또한 넥타이를 하지 않고 짙은 남색 정장 차림이었다. 강렬한 계열의 옷을 입은 이양희 위원장과는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결연한 이양희 위원장의 표정과 다르게 이준석 대표와 김 실장의 표정이 어두운 것도 주목됐다.
이렇듯 정치인들이 ‘옷’으로 소통하는 건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국외에서도 옷의 색이 메시지를 주는 경우가 있었다.
미국에서 2019년 2월 5일(현지시간)에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흰옷을 입고 등장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의원들은 여성의 참정권을 위해 일했던 여성 활동가들을 기리기 위해 흰옷을 입었다. 이에 대해 당시 민주당 여성 하원 의원 모임인 DWWG(House Democratic Women’s Working Group) 의장 로이스 프랜켈 하원 의원은 “힘들게 얻어낸 권리를 후퇴시키지 않겠다는 연대의 메시지”라고 전했다.
1908년 ‘런던 하이드파크 시위’를 벌인 ‘여성사회정치연합’도 흰색의 의상을 선택해 시위했다. 해당 단체의 명예 회계 담당자였던 에멀린 페틱 로렌스는 이 시위의 참여자들을 단합 세력으로 나타내기 위해 흰색(순수), 보라색(존엄), 녹색(희망)을 드레스코드로 선정했다고 전해진다.
전문가는 정치인이 이미지로도 소통하기 때문에 드레스코드에 신경 쓴다고 분석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 위원장이 빨간 옷을 입은 이유는 당을 상징하는 색을 내세우기 위해”라며 “당을 위한 정통성이 있는 판결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의 공적인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 붉은색을 입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치인들이 의상으로써 자신의 의견이나 정치적 의미를 드러내는 것에 대해 “이미지가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 평론가는 “사진을 통해 메시지 전달이 되고 정당 활동을 하는 사람은 당색이 중요해서 당색을 항상 내세우려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치인들은 자신이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돼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미지상으로 튀려고 한다”며 “동시에 신뢰도 주고 강렬한 느낌을 주는 빨간색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