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8일 오전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당한 가운데 용의자는 나라시(奈良)에 사는 야마가미 데쓰야(41)로 밝혀졌다. 야마가미는 “정치 신념에 대한 원한 때문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8일 마이니치신문·NHK·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된 용의자 야마가미는 경찰 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에 대한 불만이 있고 죽이기 위해 노렸다”는 취지의 발언과 함께 “정치 신념에의 원한은 아니다”라며 오락가락하는 진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경찰 수사에서 아베 전 총리가 아닌 특정 종교단체 간부를 노렸다는 야마가미의 진술도 나왔다. 하지만 그가 언급한 종교단체 간부는 사건 당시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일본 나라시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 연설 중 아베 전 총리가 총에 맞아 쓰러졌다. 야마가미는 그 자리에서 저항 없이 체포됐다. 방위성 관계자에 의하면 용의자는 지난 2005년까지 약 3년간 일본 해상 자위대에서 근무했다.
현지 언론들은 목격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총격 당시 상황을 전했다. 유세 장소에 있던 한 남성은 아사히신문에 “미국에서는 총격 사건이 있었지만 일본에서 이런 일이 있다니 떨리는 게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현장에 있던 또 다른 시민은 두 번의 총격이 있었다면서 “‘펑’소리를 듣고 아베 전 총리가 있던 연설대 쪽을 돌아보니 한 남성이 총 같은 것을 들고 있었고 총에선 하얀 연기가 나왔다”며 “처음에는 장난이라고 생각했지만 연설대 근처에서 누군가 ‘의사 없나’ ‘AED(제세동기)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나’고 찾는 것을 듣고 큰 일이 났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는 현장에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현재 심장과 호흡이 정지했으나 의료진으로부터 사망판정을 받지 않은 심폐 정지 상태다. NHK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총격으로 오른쪽 목에 총상을 입었고, 왼쪽 가슴에도 피하 출혈이 있어 치료를 받고 있다.
갑작스러운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소식에 일본 열도는 충격에 빠졌다. SNS 등에는 “마치 미국 같다. 일본도 더는 안전하지 않다” “테러는 용납할 수 없다” “충격이다” “그가 안전하기를 기도한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총리관저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비열한 범행이며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면서 “구급 조치가 진행 중이다. 아베 전 총리가 어떻게든 목숨을 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