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6차 유행이 예상보다 빨리 시작됐다. 해외에 이어 국내에서도 곧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가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높다. BA.5는 감염과 백신 접종으로 생긴 면역을 회피하는 능력이 이전 모든 변이보다 높다.
11일 국가 감염병 위기 대응 자문위원회는 1차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여름철 재유행 대비, 대응 방안 △ 확진자 격리 의무 조정 여부 검토 등 안건을 논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13일 방역·의료체계 대응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0일 6월4주(19~25일) 10.4%였던 BA.5 검출률이 일주일 사이 2.7배 증가해 6월5주(26일~7월2일) 28.2%까지 올라왔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2주 내로 국내에 BA.5가 우세종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국면이 재확산으로 전환했다고 진단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8일 중대본 회의에서 “코로나19 재유행 경고등이 하나둘 켜지고 있다”고 발언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는 지난달 13일 3828명으로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달 27일 이후 반등세로 돌아서더니 9~10일 이틀 연속 2만명대를 넘겼다. 특히 일주일 단위로 신규 확진자가 2배 이상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나타난다. 이날은 주말 진단 검사 건수가 줄어든 영향으로 1만2000명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내달 초, 이르면 이달 말부터 신규 확진자 10만명대가 나온 이후 9월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예상한 시점인 가을, 이르면 늦여름보다 앞당겨진 셈이다. 방역당국은 그 원인을 두고 BA.5 변이 바이러스 확산, 여름철 이동량 증가, 문을 닫고 에어컨을 가동시키면서 실내 환기가 어려워지는 밀폐환경, 면역 효과 감소 등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에릭 토폴 미국 생의학 연구소 스크립스 연구소 소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지에서 BA.5에 대해 “우리가 본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중 최악의 버전”이라며 “BA.5가 신체 면역 시스템에 대한 침투력이 가장 강력하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우려했다. 영국 보건청에 따르면 BA.5는 기존 BA.2에 비해 전파력이 35.1% 빠르고 방어력을 뜻하는 중화능이 3배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권 교체 이후 첫 코로나19 재유행에 방역당국이 어떻게 대처할 지 관심이 쏠린다. 선택지는 적다. 강력한 거리두기를 재개하기에는 반발이 만만치 않다. 백신 효능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4차 접종도 쉽지 않다.
천 교수는 “백신을 아무리 맞아도 몸에 항체가 잘 형성이 안 되는 고위험군에는 이부실드 같은 장기 항체 치료제를 투여하는 게 낫다”며 “일반 국민은 개인 위생 강화와 병원에 방문했을 때 치료제를 잘 처방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증, 사망자 수 최소화를 위해 방역의 기본인 ’3T(진단검사·역학추적·신속한치료)’ 활성화가 우선”이라며 “그런데 60세 이상, 면역저하자인 경우에만 보건소와 임시선별진료소에서 PCR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나머지는 자비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생활지원비와 유급 휴가비 지급 대상까지 축소됐다. 누가 검사를 받으려 하겠냐”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재유행이 시작됐는데 대통령이 내놓은 유일한 반응은 ‘도어스테핑’ 중단”이라며 “현재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석이라 방역 컨트롤타워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같이 안일하게 대응한다면 지금 확진자 수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