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관절염은 관절을 감싸고 있는 연골이 마모돼 관절을 이루는 뼈와 인대 등에 손상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가장 흔한 형태의 관절염이다. 골다공증은 뼈에 구멍이 많아진 상태를 말한다. 골다공증에 걸리면 작은 충격에도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지기 쉽다. 이러한 뼈 질환은 고령화가 진행하면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퇴행성관절병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382만명에 이른다. 같은 해 골다공증 환자도 109만명에 육박했다.
퇴행성관절염은 연골이 닳아서 나타나는 질환인 만큼 연골을 만들어주면 치료가 된다. 골다공증은 골밀도를 높여주면 해결할 수 있다.
연골을 만들고 골밀도를 높이는 데에는 중간엽줄기세포(MSC)를 이용한다. 중간엽줄기세포는 연골, 골조직, 인대, 골수기질 등 다양한 결합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줄기세포다. 다만 지금까지는 중간엽줄기세포가 어떨 때 연골로 변화하고, 어떨 때 뼈로 바뀌는 지 명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엽줄기세포를 질병 치료에 구체적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가운데 김성진 길로 연구소 연구소장(메드팩토 대표이사)이 베일을 벗겼다. 김 연구소장은 연세대, 일본 츠쿠바대, 테라젠이텍스, 메드팩토와 함께 ‘MAST4’라는 단백질이 중간엽줄기세포를 연골 세포로 만들지 골(뼈)세포로 만들지 결정한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중간엽줄기세포 속에 MAST4 단백질이 없으면 연골세포로 분화를 하고, MAST4 단백질이 많아지면 MSC가 뼈세포로 변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연구팀은 MAST4 단백질이 결핍된 줄기세포를 생쥐의 피부 밑에 이식했을 때 중간엽줄기세포의 연골 분화 및 생성이 촉진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MAST4 단백질이 없거나 희박한 인간의 골수세포를 토끼에 이식했더니 토끼의 손상된 연골 조직이 완벽하게 재생했다. 두 사례 모두 ‘MAST4 단백질을 제거하면’ 줄기세포를 연골세포로 분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결과대로라면 MAST4 단백질을 조작할 수 있으면 100%의 확률로 원하는 결과(연골세포 또는 뼈세포 생성)를 얻을 수 있다. 혁신적인 퇴행성관절염, 골다공증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쿠키뉴스가 지난 20일 만난 김성진 연구소장은 MAST4 단백질을 조작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유전자 가위로 MAST4 단백질을 잘라내기만 하면 되는데, 2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단백질을 제거한 후에는 간단한 시술을 통해 연골 재생을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연구소장은 중간엽줄기세포는 면역원성이 낮아 본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세포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활용하기가 그만큼 수월하다는 것. 그러면서 “(이번 연구로) 퇴행성관절염 및 골다공증 등 다양한 골관절 질환에 효과적인 세포 치료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근거 있는 자평이다. 연구결과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온라인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IF: 17.694)’ 7월호에 실렸다. 길로 연구소 등이 발견한 ‘Mast4 단백질의 작용기전’은 미국에서 특허 등록됐다. 유럽에서도 이달 중 특허를 받을 전망이다. 김 연구소장은 중간엽줄기세포를 처음 발견한 세계적 석학 아놀드 카플란(Arnold I. Caplan) 교수도 길로 연구소의 치료제 개발 여정에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했다. 그만큼 연구결과가 주목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 연구소장은 이번에 규명한 Mast4 단백질의 작용기전과 관련한 임상시험을 내년쯤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임상은 미국에서 추진할 예정이다.
그는 “흔히 퇴행성관절염이라고 하면 무릎관절만 생각하는데 (연골세포는) 척추 등 모든 관절과 관계가 있다”면서 “Mast4 단백질 작용기전 적용영역은 무궁무진하다”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혁신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본다”면서 “고령사회에서 큰 의료문제 중 하나가 될 뼈 질환의 치료 대안을 내놓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신승헌 기자 ss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