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선호의 복귀작으로 화제가 된 연극 ‘터칭 더 보이드’가 막을 올렸다.
20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연극 ‘연극열전9 - 터칭 더 보이드’ 프레스콜 행사가 열렸다. 현장에는 김동연 연출가와 신성민, 김선호, 이휘종, 이진희, 손지윤, 오정택, 정환, 조훈, 정지우 등 8명의 배우가 자리했다.
올해 한국에서 처음 막을 올린 연극 ‘터칭 더 보이드’는 1985년, 아무도 등반하지 않은 페루 안데스 산맥 시울라 그란데의 서쪽 빙벽을 알파인 스타일로 등정한 영국인 산악가 조 심슨과 사이먼 예이츠의 생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조난 사고로 설산에 고립된 주인공 조 역은 김선호·신성민·이휘종, 조의 누나 새라 역은 이진희·손지윤, 조와 함께 시울라 그란데를 등반한 사이먼 역은 오정택·정환, 시울라 그란데 원정 베이스 캠프 매니저 리처드 역은 조훈과 정지우가 연기한다.
기울어진 무대, 산악 조난 표현… 독창적 연출 돋보여
이날 프레스콜에서 일부 공개된 ‘터칭 더 보이드’는 독특한 무대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설산에서의 조난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기울여진 무대를 두고, 단상 아래 놓인 의자 등받이를 무대 바닥에 부분 노출해 암벽을 타는 모습을 실감나게 연출했다. 무대를 좌우로 나눠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조의 모습을 표현키도 했다. 실화지만 무게감을 덜고 웃을 만한 요소를 군데군데 배치한 것도 눈에 띄었다.
배우들은 상황과 감정에 집중했다고 입을 모았다. 리처드 역의 정지우와 조훈은 “해설자로만 보이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이입할 부분을 찾았다”면서 “기타 연주와 목소리 크기, 노래 등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조 역을 맡은 김선호와 신성민, 이휘종은 “대본을 보자마자 고생 많이 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다리도 정말 아프고 힘들었다. 다큐멘터리를 보며 실제 인물의 감정을 들여다봤다”고 강조했고, 사이먼 역의 정환과 오정택은 “사이먼이 쓴 회고록도 찾아봤다. 다들 호흡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새라를 연기한 이진희와 손지윤은 “산을 구체화하기 위해 우여곡절을 겪었다. 모두가 서로를 의지하며 만든 작품”이라며 애정을 보였다.
연출을 맡은 김동연 연출가는 설산을 구현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고민했다. 프란츠 카프카의 말을 인용해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전하고, 부분 스크린과 음향을 통해 긴박한 조난 상황을 연출하며 몰입감을 키웠다. 그는 “여러 방식으로 무대 디자인을 바꿔갔다”면서 “소극장에서 산에 고립된 공포감을 주기 위해 음향에도 신경 썼다. 조명과 음향 서라운드 시스템을 통해 자연의 소리를 연출해 공허함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작이 무거운 대서사시인 만큼 한국판은 아이러니한 느낌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려 했다. 노래 신도 만들고 원작과 다른 장면을 여럿 만들었다”면서 “은유와 상징을 각자 느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9개월 만 복귀… 김선호, 오열하며 심경 밝혀
프레스콜 후 예정됐던 간담회에 앞서, 김선호는 홀로 무대에 올라 취재진 앞에 섰다. 김선호는 2020년 tvN ‘스타트업’과 지난해 tvN ‘갯마을 차차차’ 등으로 주가를 올리다 사생활 논란으로 물의를 빚고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출연 중이던 KBS2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을 비롯해 촬영을 앞뒀던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 ‘2시의 데이트’(감독 이상근)에서도 줄줄이 하차했다. 칩거를 이어오던 그는 최근 영화 ‘슬픈 열대’(감독 박훈정)와 ‘터칭 더 보이드’로 연예계 복귀에 나섰다.
이날 김선호는 긴장감이 역력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말을 두서없이 할 것 같아 종이에 적어왔다”며 사과문을 낭독하려던 그는 목이 멘 듯 헛기침만 수차례 하다 눈물을 쏟았다. “프레스콜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드려 송구스럽다”며 어렵사리 말을 꺼낸 김선호는 “그간 시간을 돌이키며 부족한 점을 반성했다. 나아지는 배우이자 나은 사람이 되겠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어진 간담회에서 그는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각오를 다졌다. 김선호는 “오래전에 이미 제안받은 작품이다. 영화와 연극을 가려 생각하진 않았다”면서 “좋은 동료들과 함께 집중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터칭 더 보이드’에 출연키로 했다”며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공백기를 어떻게 보냈냐는 물음에는 “딱히 한 건 없다. 건강하려 노력했고 (마음을) 잘 추스르려 했다”며 담담히 답했다. 이어 “연습하는 매 순간이 소중했다”면서 “인물의 감정에 집중하며 준비했다. 작품이 가진 메시지가 저를 통해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터칭 더 보이드’는 오는 9월18일까지 공연된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