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에 뛰어든 대기업 4인방이 있다. 삼성, SKT, KT, 네이버는 각자 구축해온 역량을 바탕으로 거대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구축할 예정이다.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은 매년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시장으로 한국무역협회 기준 글로벌 시장의 규모는 2019년 1063억달러(125조원), 2026년에는 6394억달러(7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빅테크를 비롯 대기업들 역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진출에 토대를 마련하고 있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자사의 휴대폰을 통한 원격의료 플랫폼을, SKT·KT는 통신사의 장점으로 접근, 네이버는 SNS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원격의료 기업 ‘투자’ 집중…“새로운 모바일 사업 지향”
삼성전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전후로 눈에 띄는 투자 행보를 보였다. 핀테크나 IT 업종을 넘어 원격의료 관련 신사업 발굴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는 삼성전략혁신센터가 운영하는 카탈리스트 펀드와 삼성벤처투자, 삼성 넥스트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 기업까지 물색,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20년에는 암, 심혈관 질환 등 건강관리 분야에 중점을 둔 미국 원격의료 스타트업 ‘게놈 메디칼’, 의료데이터 공유 플랫폼 개발업체 ‘휴먼 API’에 투자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여성 전용 원격진료 플랫폼을 운영 중인 ‘알파메디컬’이 모집한 284억원 규모의 시리즈 B투자에 참여하는가 하면 원격의료 스타트업인 ‘휴마’와 피트니스·헬스케어 플랫폼 업체 ‘테라’ 등 여러 해외기업에 투자를 진행했다.
올해 3월에는 암 환자를 위한 원격 모니터링 플랫폼을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캐노피(Canopy)’ 투자에 참여하며 원격의료 사업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삼성은 원격의료 사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자사의 모바일과 스마트 워치에 적극 활용하고자 한다. 세계적으로 판매율 10위권 안에 드는 스마트폰, 스마트워치에 원격의료 플랫폼을 탑재해 헬스케어 서비스와 고객 만족도를 더욱 높이려는 계획이다.
삼성은 이미 일찍이 미국, 영국, 인도 등에서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 중에 있다.
또한 2020년에는 자사의 보급형 갤럭시 스마트폰을 통해 미국 소외 지역에 원격 의료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올해는 브라질 의과대학에서 ‘갤럭시워치4’를 활용해 심혈관 수술을 받은 환자를 원격 모니터링하는 연구가 진행된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미국 등 해외에서 모바일 및 전자제품에 원격의료 플랫폼을 탑재한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원격의료 사업 투자 규모로는 가장 크다”며 “만일 국내에서도 원격의료가 합법이 된다면 삼성전자는 인프라가 이미 잘 구축된 만큼 모바일, 워치를 토대로 빠르고 안정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SKT·KT, 통신사답게 ‘전국망’ 원격의료 도입 가능성
SKT·KT 등 통신사들은 5G 인프라를 통한 원격의료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전국망을 통솔하고 있는 만큼 5G 속도로 공간과 시간 제약을 줄인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AI·빅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을 축적해온 만큼 국민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이 유리하다.
SKT는 2011년 헬스케어 사업부서를 신설, 서울대병원과 합작법인을 설립했지만 당시 원격의료 규제에 부딪혀 사업을 멈춰야만 했다. 하지만 2015년 중국에서 ‘SK심천메디컬센터’를 설립해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 국내에서는 5G를 활용해 세브란스병원에 스마트 의료솔루션을 구축하는 등 사업 방향을 이어왔다.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의료의 한시적 허용이 가능해지자 올해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회사 ‘인바이츠 헬스케어’를 설립하고 의료 데이터 및 글로벌 의료 플랫폼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이는 개인용 종합 건강관리 플랫폼 원격의료와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향후 관련 서비스 제공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또한 의료 기관 전용 클라우드 솔루션을 개발해 방대한 양의 의료 데이터를 SK텔레콤의 양자암호통신, 블록체인 기술 등을 이용해 안전하게 보관하고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KT는 베트남에서 원격의료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한다. 연내 베트남 내 ICT 사업을 위한 의료법인 설립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KT는 국내 최고 권위 의료진으로 자문단을 꾸리고 베트남 현지 의료법인에 채용될 의료진을 교육하고 있다. 4월에는 베트남 하노이 의과대학과 원격의료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이외에도 국내외 파트너를 지속 확대하며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또한 휴레이포지티브와 공동개발 협력을 맺고 당뇨·고혈압 등의 만성질환 관리 원격의료 플랫폼 개발을, 메디플러스솔루션과는 개인 맞춤형 전문 건강관리 솔루션 구축을 위한 협력을 맺었다.
네이버, 사내병원 속 ‘원격의료’ 도입…해외는 ‘라인’으로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로 꼽히는 네이버도 원격의료 서비스를 도입했다. 국내에선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만 집중한다고 선 그었지만 사내 병원을 통해 원격의료 사업 가능성을 내비춘 것이다.
올해 상반기 300평 규모로 문을 여는 네이버 사내 병원은 직원을 대상으로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이비인후과, 비뇨의학과, 건강검진 상담, 내과 진료 등을 지원한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한국판 아마존 케어인 ‘네이버 케어’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아마존 케어는 아마존이 본사 주변 직원 대상으로 시작한 원격의료 서비스로, 원격진료와 상담, 간호사 방문을 통한 검사 및 접종 등을 제공한다. 네이버는 이에 모티브를 얻어 자사의 사내 병원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해갈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원격의료 사업을 외부에 적용하기 전 일종의 ‘테스트베드’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 관계사이자 SNS 메신저 업체 ‘네이버 라인’은 일본에서 병원 검색·예약·진료·결제, 영상통화 비대면 진료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는 ‘라인 닥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말에는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개발사인 이지케어텍의 지분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해 인터넷 플랫폼 기반의 원격 의료를 가능케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원격의료 규제가 막혀있는 바람에 네이버나 SKT, KT 등 업계가 해외 시장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국내 디지털헬스케어가 크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며 “최근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이 등장하는 등 정부가 법제화에 대한 움직임이 있는 만큼 그들의 진출 방향도 국내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