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당시 우리나라 해역의 어업 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어업관리단이 활동비 등을 부적절하게 집행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기간 업무에 소홀했던 점도 확인됐다.
어업관리단은 불법어업 단속, 안전조업 지도 등을 실시하는 해양수산부(해수부) 산하기관으로 동·서·남해어업관리단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쿠키뉴스가 20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제출받은 해수부의 2017년 이후 자체감사 목록과 결과를 살펴보면 2019년 동서해어업관리단은 국가어업지도선(지도선) 지도단속 공무원의 활동비를 부적정하게 사용했다.
‘국가재정법’ 제45조와 ‘예산과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는 ‘세출예산이 정한 목적 외 활동비’를 경비로 사용할 수 없게 돼 있고 일반수용비 예산은 업무 용품 등만을 구매하도록 규정돼 있다.
서해단은 어업감독 공무원의 ‘사기 진작’을 이유로 지도단속 공무원 활동비 예산 중 일부를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기관 차원에서 어업지도과나 지도선에 지원해왔다. 지도선 등은 이를 관행적으로 식사 등에 이용했고 2014년 1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약 5년간 사용한 금액은 8694만3000원으로 드러났다.
서해단은 활동비를 특정업무경비로 사용할 수 있다고 오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행위에 대해서는 ‘경고’ 처분이 이뤄졌고 비용은 회수됐다.
2020년 남해어업관리단 정기종합감사 결과 남해단 지도선 선장 17명은 2017년 6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출동업무 시각을 실제 출·입항 시각과 다르게 보고해 초과근무수당을 챙겼다. 이들이 부당하게 수령한 금액은 총 278회에 걸쳐 6065만7000원 상당이었다. 감사담당관은 부당수령액의 2배에 해당하는 1억2131만4000원을 가산해 징수를 요구했다.
남해단은 지도선 근무직원들에 대해 단체급식이 불필요한 정박 중에도 정박일수만큼 급식비를 지급하기도 했다. ‘급식비’는 급식제공이 불가피한 자에게 예산편성과정에서 협의가 이뤄진 기준 단가(1일 3식)를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2017~2020년에 남해단 지도선 정박기간 ‘급식비’는 총 8835만7970원이었다. 감사담당관은 급식비를 예산집행지침에 맞게 지급하도록 요구하는 조처를 했다.
어업관리단의 업무비가 잘못 집행되는 동안 근무에도 소홀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남해단의 당직 근무가 부적정하게 진행된 점이 드러난 것이다. 2020년 1월~10월까지 지도선 5척의 항해 당직사관(5명)은 당직 시간 중 근무 장소인 조타실을 벗어나 개인 선실에서 개인용무를 봤다. 관련자들은 경고·주의 조치를 요구받았다.
어업관리단에서 활동비·업무 관련 문제가 발생하는 동안 불법조업어선 관련 피해가 발생했다. 태영호 의원실이 확보한 해양경찰청(해경)의 불법조업 중국어선 현황을 살펴보면 불법 중국어선의 공무집행방해 사건은 최근 3년간 5건(2018년 2건·2019년 3건)이었다.
단속 중 인명 피해는 최근 3년간 경찰관 5명의 부상(2018년 2명·2019년 3명)이다. 해경에서는 최근 5년간 7명이 타박상, 염좌 등으로 부상당했다.
앞서 쿠키뉴스가 지난달 18일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 현황은 박근혜 정부 때(1807건)보다 문재인 정부 때(809건) 확연히 줄었고 퇴거 실적은 박근혜 정부 6건, 문재인 정부 301건이었다.
‘단속’은 불법 정황을 상대국에 통보하는 것이고 ‘퇴거’는 단순 경고 조치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우려해 단속을 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 가운데 불법조업 업무를 담당하는 어업관리단이 외부에서는 업무 태만, 내부적으로는 활동비 부정수급 등의 문제를 일으켜 우리나라 해상안전에 대한 우려가 발생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어업관리단이 어민에게 집중하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태영호 의원은 20일 쿠키뉴스에 “문재인 정부 당시 ‘친중외교’로 단속을 적게 하고 퇴거를 늘린 정책 기조도 문제지만 내부 문제에 대해 경고 수준의 조치를 한 것은 일선에서 중국 불법조업어선과 싸우는 해경과 어민들에게 면목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앞으로 어업관리단은 내부 문제를 근절하고 불법조업으로 피해를 보는 어민들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