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선 쓰고, 실내에선 벗는다. 정부의 마스크 착용 지침과는 정반대다.
의료계에서는 실상과 정부 정책에 괴리가 있다며 실외 마스크 착용을 전면 해제한 것에 이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단계적으로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정부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7차 유행이 도래할 수 있어 실내 마스크 해제는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기도의사회와 광주광역시의사회는 최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유행이 안정화된 만큼 일상 회복에 속도를 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실내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영유아의 언어·정서·인지 발달 지체 등 피해가 더 크다고 지적한다.
의사회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마스크 미착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8월 정부가 실시한 전국 단위 코로나19 항체양성률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97.38%가 백신 접종, 자연 감염 등으로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주요 25개국 가운데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세계 주요국들이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한 이후에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혼란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의사회의 주장이다.
경기도의사회는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으로 더 이상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득이 없는데도, 영유아 아이들의 인지 정서 발달을 저해하는 등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광주시의사회도 “밀폐된 식당이나 주점, 카페 등 자유로운 밀집 장소에서 음식 섭취 시 마스크 착용을 해제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에 대한 마스크 강제는 어떤 학문적 합리성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국민 여론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로 소폭 기울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발표한 코로나19 인식 조사 결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55%에 달했다. ‘해제 불가능’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1.8%였다.
실제로도 실내 마스크 해제에 대한 요구가 적지 않았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고 취식이 가능한 상황에서, 이같은 지침을 유지하는 데 대한 방역 효과가 있냐는 의문이다.
한모(43)씨는 “밖에선 마스크를 쓰다가 식당·카페에 들어가면 주문할 때만 잠깐 쓰고 다시 벗는다. 벗어도 된다는 밖에서는 쓰고, 써야 하는 실내에선 마스크를 벗고 있는 건 모순 아닌가”라며 “실효성 없는 정책을 지속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방모(28)씨도 “2년 넘게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걸릴 사람은 모두 걸린 것을 보면 예방 효과가 미미한 것 같다”며 “코로나19 치명률이 낮아졌으니 노약자 등 감염취약계층을 제외하곤 의무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모(23)씨는 “신규 확진자 추이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면서 “겨울이 되면 환기도 잘 하지 않고 문을 닫고 생활하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불안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정부는 실내 마스크 착용 해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이번 겨울을 고비로 보고,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가 동시 확산하는 7차 대유행에 대비해 실내 마스크 해제는 이르다고 설명한다.
실내 마스크 해제 시기로는 ‘내년 3월’을 제시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3일 KBS 뉴스9에서 “코로나19와 계절독감이 함께 유행할 올해 겨울이 고비”라며 “내년 3월쯤 유행이 거의 끝날 수 있어 그때 충분히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항체 보유와 실제 면역능력은 다르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기석 코로나19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1300만명은 12월까지 면역 방어체계를 갖췄지만 나머지 3800만명은 코로나19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정부가 실내 마스크 해제를 주저하는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내년 3월에 해제가 가능하다는 정부 주장에 과학적 근거가 뭔가”라며 “지난 4월쯤 진작 해제했어도 된다. 항체양성률 조사 결과에 따라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했는데,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방역정책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