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듣는다” “유례 없다”… 이태원 참사에 정부 변명 일관

“처음 듣는다” “유례 없다”… 이태원 참사에 정부 변명 일관

행정안전부 브리핑...유관 부처들 사고 예방·사후 대처 관련 질문에 '변명'

기사승인 2022-10-31 13:23:46
서울 이태원 참사 현장에 꽃다발이 놓여있다.    사진=이소연 기자 

정부가 지난 29일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31일 행정안전부는 브리핑을 통해 사고 대응 현황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는 보건복지부, 외교부, 소방청, 경찰청 등 유관부처 관계자도 배석했다. 유관부처들은 사고 예방·사후 대처 관련 의문과 비판에 변명으로 일관했다.

운집 예상 했지만… 경찰 배치계획 “처음 들어”

정부는 핼러윈 주간 이태원에 예년보다 많은 방문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용산 핼러윈 행사 관련해서 아마 그동안 방역 때문에 조금 자제했던 분위기도 있고, 또 방역관리 차원에서 방역을 강화했던 작년, 재작년 그 상황하고는 다르기 때문에 아무래도 참석자가 예년에 비해서는 더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되는 인파에 상응하는 준비는 없었다. 사고가 발생한 29일 이태원에 투입된 경찰 인력이 불충분했으며, 사고 현장을 신속히 수습하고 통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27일 용산경찰서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태원 현장에 200명 이상 인력을 배치할 계획임을 밝혔다. 하지만 사고 당일 이태원에 투입된 인원은 137명으로 파악됐다. 

브리핑에 참석한 오승진 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과장은 “최초에 200명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제가 지금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용산경찰서의 배치 계획을 경찰청이 알지 못했는지 재차 확인하는 질의가 이어지자 오 과장은 “제가 실은 수사부서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배치근무는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배치 계획은 경비 병력의 분산이라는 꼭 그 이유만이 아니라, 과거 이태원에서 있었던 핼러윈 축제에 배치됐던 인원과 비교해보면 2017년도부터 코로나가 오기 전 2019년까지 평균 한 30명에서 90명선 이렇게 배치를 해서 각종 상황에 대비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한 137명 정도, 훨씬 더 증원된 규모로 배치를 해서 대비했다는 점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대규모 운집을 통제할 매뉴얼은 없다고 시인했다. 이태원 사고 당일 오후 서울 도심에는 보수·진보 진영 집회에 약 6만명이 운집했다. 이 집회에는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 6500명이 투입됐다. 사고 당시 이태원 방문객이 약 10만명으로 추산되는 점을 고려하면, 경찰이 인력 분산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오 과장은 “현재 주최 측이 없는 다중 운집이 예상되는 그런 상황에 대해서는 대비 매뉴얼이 별도로 없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헬로윈 축제는 이태원에서의 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예년보다 더 많은 경찰력을 투입해서 대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마다 진행된 핼러윈 행사 두고 “유례 없다”

‘주최측 없는 행사’라는 특성이 사고의 원인으로 거듭 언급됐다. 특정 주체가 마련한 행사가 아닌, 자영업자와 민간 업체 다수가 각각 자발적으로 개최하는 축제가 이례적이기 때문에 정부가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그동안 여러 행사에서 주최자가 있는 경우에도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관련 규정과 매뉴얼을 통해서 체계적으로 관리를 해왔다”면서도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는 경우가 거의 유례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침이나 매뉴얼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같은 경우는 그런 부분들이 지적되고 있어서 저희가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관리방안을 검토해서 개선방안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태원 핼러윈 축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해마다 진행돼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잡았다. 지난 2015년에는 용산구가 나서서 ‘이태원 지구촌 축제’를 열면서 축제 일환으로 핼러윈 체험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핼러윈 주간인 10월 마지막 주 이태원이 붐비는 현상을 ‘유례가 없다’고 평가할 수 없다는 의미다.

30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 앞.   사진=정진용 기자 

사상자 한 병원에 쏠렸는데… “매뉴얼 따랐다”

사고 이후 사상자 이송이 제대로 조율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당시 사상자는 대부분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인 한남동 순천향대서울병원으로 몰렸다. 이 병원에 약 80명의 환자가 이송됐는데, 전체 사상자의 약 30%가 한 병원에 몰린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시스템에 따랐을 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이송문제 부분에 대해서는, 현장 상황 발생했을 때 재난상황에 대해서 DMAT이라는 재난구급대, 현장진료소를 설치하도록 되어있다”며 “DMAT의 매뉴얼에 따라서 환자 이송을 하게 되고, 그래서 그 이송절차에 따라서 가장 먼저는 가까운 병원에 우선 배치, 이송을 하도록 되어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뉴얼에 따라서 (환자 이송이) 진행된 상황이고, 숫자가 너무 많아지면서 권역 가장 가까운 DMAT만 출동한 게 아니라 서울시에 있는 DMAT, 그 다음에는 경기도까지 다 포함해서 약 16개 DMAT팀이 전부 현장에 출동해서 상황에 맞추어 환자 이송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부상자 통계에 혼란이 발생한 이유에 대한 추궁도 이어졌다. 사고 직후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피해 집계는 경상자가 20명 증가하고, 중상자는 3명 줄어드는 등 수치가 수정됐다. 

사설 구급차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박종현 행안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은 “소방청에서 운영하는 구급차로 이송한 경우에는 정확히 사망자 통계가 잡혔었는데, (부상자가) 사설 구급차로 이동이 된 경우가 있었다”며 “그게 나중에 반영이 되면서 사망자 통계가 좀 달라진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상자 지원 총력… 영상 유포 자제 부탁

한편 정부는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의 사상자 지원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상자 현황은 사망자 154명이며, 1명을 제외한 153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부상자는 중상 33명 포함 총 149명이다. 사상자 가운데 외국인 피해의 경우 사망자 26명, 부상자 15명이다.

정부는 30일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사망자 장례비는 최대 1500만원까지 지급하고, 이송 비용도 지원할 예정이다. 유가족과 지자체 전담 공무원 간 일대일(1:1) 매칭을 완료한 상태다. 

31개 장례식장에도 공무원을 파견해 장례를 지원할 예정이다. 합동분향소는 오늘 중으로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를 완료했다. 다음달 5일까지 조문객을 받을 예정이다.

부상자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재정으로 실 치료비를 우선 대납한다. 중상자는 전담 공무원을 일대일 매칭해 집중 관리한다. 유가족, 부상자 등에 대해서는 구호금과 함께 세금, 통신 요금 등을 감면하거나 납부를 유예했다.

정부는 이번 주 토요일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행정기관, 공공기관의 행사나 모임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모든 관공서와 재외공관에서는 조기를 게양하고, 공직자는 애도 리본을 달도록 했다.

김 본부장은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부상자분들의 빠른 쾌유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애도 분위기와 다른 사고 동영상, 개인신상의 무분별한 유포는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추가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자제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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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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