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명단 무단 공개로 정치권과 법조계, 여론의 강한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더탐사’와 ‘시민언론 민들레’ 명단 공개와 더불어민주당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16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더탐사’와 ‘시민언론 민들레’에서 유가족의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 공개 후 유족들은 이름을 삭제요청 하는 등 반발했다. 공개된 희생자 명단 포스터에는 이날 기준 24명의 이름이 삭제됐다.
‘더탐사’의 방송이 화를 키웠다.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이름을 언급하면서 추모하는 장면을 배경으로 유튜브 방송에서 떡볶이 광고를 해 비난이 쇄도했다.
법조계에서도 명단 공개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성명서를 통해 “유가족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으로서 희생자 유가족의 진정한 동의 없이 명단을 공개하거나 공개하려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모든 사람은 헌법과 국제 인권 기준에 따라 프라이버시를 보호받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명단 공개를 한 언론사에 대해 삭제를 촉구와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명단 공개에 앞장섰다”며 “결국 친민주당 매체에서 유족의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다. 공당으로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일부 온라인 매체가 유족의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다. 정의당은 여기에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며 “어떤 경우에도 유족의 입장을 존중하는 게 기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명단 공개는 2차 가해를 조장할 우려가 매우 크다”며 “희생자의 유족뿐 아니라 비통함에 빠진 시민에게도 상처를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선을 긋고 입장을 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1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민주당 차원에서 논의한 바는 없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유족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공개하는 것은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은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뒤 5일 만에 명단이 공개됐다.
시민언론 민들레와 더탐사는 지난 14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해당 명단을 확보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은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신주호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15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시민언론 민들레에는 유시민 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칼럼 진으로 참여했다”며 “더탐사는 김의겸 민주당 의원과 함께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하는 등의 보도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암묵적인 동의나 묵인이 없었다면 공개를 못 하지 않았겠냐”며 “시민언론 민들레에서 공개하기 전에 당 쪽에서 허락을 구하지 않았을까 의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떡볶이) 광고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악랄한 행동”이라며 “유가족들이 그 장면을 봤다면 얼마나 분노 하겠냐”고 질타했다.
전문가는 유족 중심의 사건 해결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의 발언과 명단 공개가 겹쳐 보이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6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희생자의 명단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미리 동의를 받았어야 한다”며 “유족 중심의 사건 해결과 배려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대표가 명단공개를 언급했던 것과 이번 명단 공개가 겹쳐 보일 수 있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민주당이 망자정치의 중심으로 들어갈 위험이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이미지에 좋지 않다”고 경고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