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이별 노래만 부를 필요 있나요” [쿠키인터뷰]

나비 “이별 노래만 부를 필요 있나요”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11-17 16:00:02
신곡 ‘봄별꽃’을 낸 가수 나비. 알앤디컴퍼니

가수 나비는 2019년 결혼해 2년 뒤 첫아들을 품에 안았다. 생명 탄생을 몸소 경험한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하지만 육아는 고됐다. 한 달이 멀다 하고 신곡을 내던 다작 가수는 작업실에 갈 여유마저 잃었다. 악상이 떠오르면 휴대전화에 대고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다.

지난 11일 공개한 신곡 ‘봄별꽃’도 이런 곡절 끝에 탄생했다. 컴백 하루 전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나비는 “빨리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 설렌다”며 웃었다. 절절한 발라드곡을 주로 냈던 나비는 신곡에서 박자를 타며 산뜻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랩을 하듯 가사를 빠르게 내뱉기도 한다. 이별 전문 가수의 깜짝 반전이다.

나비는 ‘봄별꽃’ 가사를 직접 썼다. “많이 힘든지 헝클어진 모습” “잠도 못 자 초점 없는 눈동자” 등 노랫말엔 워킹맘의 노곤함이 진하게 벴다. 나비는 “솔직한 내 이야기”라며 “나를 위로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피곤에 찌든 일상이 어디 워킹맘만의 것이랴. ‘봄별꽃’은 “천천히 걸어가도 돼”라며 과로 사회 속 현대인을 다독인다. 나비는 “내 삶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힘든 순간은 누구에게나 온다”며 “이 노래가 지친 마음을 치유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나비. 알앤디컴퍼니

“영양제에 의지한다”고 농담할 정도로 육아는 힘들지만, 나비는 “가정을 꾸린 뒤 삶이 안정됐다”고 돌아봤다. 23세였던 2004년 데뷔해 ‘마음이 다쳐서’ ‘잘 된 일이야’ 등을 히트시킨 그는 30대 초반 슬럼프를 겪었다. 아이돌 음악이 차트를 독식하면서다. “이제 더는 내 노래를 안 들어주나, 나는 노래하면 안 되나…. 그런 생각에 빠졌어요. 원치 않는 소문이나 구설에 오르며 사람이 무서워지기도 했고요. 그때 남편이 큰 힘을 줬어요. 제가 최고라고, 자기에겐 1등 가수라면서요.” 중학교 선후배로 만난 부부는 요즘 동지애를 쌓는다. 육아의 단맛과 쓴맛을 나누며 정이 더 끈끈해졌다고 한다.

출산은 세상을 보는 눈도 넓혀줬다. 나비는 “아이들 문제에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지난달 구세군서울후생원에 기저귀 1만5000장을 기부한 것도 그래서다. MBC 표준FM ‘생방송 주말엔 나비인가봐’를 진행하는 그는 청취자들 사연에 더 귀를 기울인다. 친한 친구처럼 속 터놓는 청취자들을 보며 얼굴도 모르는 타인의 행복을 바라기 시작했다. 나비는 “‘대학생 때 이별하고 언니 노래에서 위로받았다. 지금은 나도 애 엄마’라는 사연이 많다. 그때마다 마음이 뭉클하다”며 “작은 것에 감사하며 초심을 되새기는 중”이라고 했다.

“삶이 행복해서 슬픈 노래 부르기가 어렵다”는 나비는 ‘봄별꽃’에 이어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이야기와 노래를 결합한 공연을 계획하고 있어요. 육아 얘기, 연애 상담, 심지어 19금(禁) 토크도 재밌을 것 같아요.” 9년 전 발표한 노래 ‘집에 안 갈래’에서 “오늘 밤은 같이 있고 싶어”라며 듣는 이를 매혹한 가수는 후속곡도 구상하고 있다. ‘집에 안 갈래’보다 세고 멋진 버전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항상 사랑 노래, 이별 얘기만 할 필요 있나요. 안영미 언니가 문을 열어주고 비비 같은 가수가 활동하는 덕에 더 자유롭고 거침없이 표현할 환경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UV나 형돈이와 대준이도 무척 멋지고요. 하고 싶은 말들과 다양한 얘기들을 멋지고 재밌게 표현하고 싶어요. 여러분의 친구 같은 가수로, 앞으로는 더 맛깔나게 살아보려고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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