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정상화될지는 아무도 몰라요. 화물연대 파업이 끝나야지만 주유가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2일 찾은 서울 성동구의 한 주유소 직원은 "이 곳에서 몇 년째 일을 하고 있는데 기름이 동나서 영업을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이곳 주유소는 기름 재고가 하나도 남지 않아 이날부터 영업을 멈췄다. 직원들은 몰려드는 손님에게 "주유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최모 씨(35)는 주유를 하러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최 씨는 "어제 아내가 이곳에서 기름을 넣었다고 하길래 오늘 급하게 왔는데 허탕을 쳤다"며 "주유가 가능한 다른 주유소를 빨리 찾아야 한다"고 다급하게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 총파업이 7일째 이어지면서 전국 주유소는 '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전국적으로 이미 기름이 동난 주유소가 잇따르면서 사람들은 주유 가능한 주유소를 찾아 나서고 있다.
같은 날 방문한 서울 중구에 있는 주유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휘발유 주유는 불가하고, 경유와 고급 휘발유는 재고가 있어 주유가 가능한 상태다.
직장인 이모(34) 씨는 "TV에서 기름 대란이 일어난다고 뉴스를 보고 급하게 왔는데 휘발유 재고는 모든 소진된 상태라는 말을 들었다"며 "난생 처음 고급 휘발유를 넣게 생겼다"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디젤 차량을 몰고 있다는 서울 강남구의 한 50대 자영업자는 "업무상 차량을 몰지 않으면 안 되는데 기름이 동날까봐 불안해서 급하게 주유소를 찾았다"며 "기름을 꽉 채울 뿐만 아니라 여분으로 한통을 따로 쟁여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서울, 인천, 경기 등 전국에서 기름이 바닥난 주유소는 휘발유 41곳, 경유 13곳, 휘발유·경유 6곳 등 총 60곳이다. 이는 전날 같은 시간 기준(49개소)보다 11곳이 더 늘었다.
전국에 정유사 석유제품 운송에 관여하는 탱크로리(유조차)는 1400여대로, 조합원 가입률은 70%에 육박한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는 가입률이 90%에 이른다.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사의 경우 탱크로리 차량의 70~80%를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운행 중이다.
정부는 군 탱크로리를 긴급 투입하는 등 비상 수급 체제를 가동 중이지만 재고가 소진된 주유소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마음이 조급해진 소비자들 사이에선 사재기 조짐마저 일고 있다.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정유 관련 수급 상황을 점검한 뒤 유조차 운송 기사 등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 필요성과 시점을 판단할 예정이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