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도 밖에 나오는 게 훨씬 나아. 비좁은 방에 혼자 있으면 정신병 걸려. 외롭잖아.”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15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인 임백숙(66)씨가 가게 처마 밑에 서서 눈발을 피했다. 그는 맹추위에 몸을 덜덜 떨면서도 지팡이를 짚고 오랫동안 밖에 머물렀다.
최저기온이 영하권에 머무르며 강추위가 이어졌지만, 쪽방촌 주민들은 밖으로 나와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
이들은 추위보다 외로움이 더 시리게 다가온다고 말한다. 임씨는 “밖에 나와 있어야 사람들한테 얼굴도 비치고, 얘기도 나눌 수 있다”며 “같은 동에 살아도 서로 얼굴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옆방에서 사람이 죽어도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들은 외로움에 한파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난방시설이 부족한 탓에 정오 무렵쯤이 되면 쪽방과 실외의 기온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 종종 밖으로 나온다고도 했다.
임씨는 “감기에 걸려 내일 병원에 갈 예정”이라면서 “난방비가 오르자 집주인이 온수까지 끊었다. 본인들 쓸 때만 잠깐 트는 것 같다. 찬물로 씻긴 너무 추워서 2주 동안 세수도 못 했다”고 토로했다.
김상렬(70)씨도 “방안에 있으면 너무 춥다. 전기장판도 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집주인은 전기장판 틀면 전기세 많이 나와서 싫어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모(51)씨 역시 “방안에 있으면 멍하니 TV만 보니, 낮엔 가끔 나온다”며 “전기장판은 사치다. 패딩과 털모자로 겨울을 버티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겐 도움의 손길도 닿지 않고 있다. 이모씨는 “기초수급자 신청을 하려 했는데, 아들이 있어 거절당했다. 이제 막 회사에 취직한 아들이 용돈을 준다고 해도 얼마나 주겠나”라고 털어놨다.
이어 옆에 앉아있던 김모(82)씨를 가리키며 “쪽방에 사는 노인들은 나라에서 패딩이나 핫팩등을 지원해준다고 해도 잘 모른다”면서 “거동이 불편하니, 쪽방상담소까지 가기 힘들다. 대리수령해주고 싶어도 안 된다니까 결국 지원을 못 받는다”고 했다.
서울의 다른 쪽방촌, 종로구 돈의동에 위치한 쪽방촌에 거주하는 김모(65)씨도 여름보다 겨울이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너무 추워서 힘든데, 외로움이 더 시리다”며 “추워서 밖에 돌아다니기 힘드니 고독하고 더 쓸쓸하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는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해선 이웃공동체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울리는 것을 어려워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들이 사랑방에 나올 수 있도록 이웃들이 접촉하는 등 민간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