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이 ‘법안 무덤’이라 불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소위에 발이 묶였다. 법사위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탓이다. 이를 두고 간호단체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야당에서도 해당 결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2월 중 처리를 예고해 간호법 향방에 이목이 쏠린다.
국회 법사위는 지난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간호법을 법안심사제2소위에 회부하기로 했다. 여야가 ‘양곡관리법’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다가 민주당이 집단 퇴장을 하며, 국민의힘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만 참석한 상태로 내려진 결정이다.
간호법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된 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조 의원의 주장 때문이다. 그는 “본 법안은 간호조무사 응시자격을 제한하고 있다”며 “본 법안에 의하면 간호조무사는 간호학원과 간호특성화고등학교 졸업자로 학력이 제한돼 전문대 간호조무과 졸업자는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된다. 간호조무사가 전문대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위헌,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상에 자격증을 따는 데 학력하한을 제한하는 경우는 있어도 학력상한을 제한하는 법은 처음 본다. 이해관계의 충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며 “헌법에 교육받을 권리가 명시돼 있기 때문에 위헌조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의원이 문제 삼은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은 의료법 제80조 제1항에도 담긴 내용이다. 이 법안에는 ‘간호조무사가 되려는 사람은 간호조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시·도지사의 자격인정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자격시험의 제한에 관하여는 제10조를 준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응시자격 제한을 담고 있는 제10조에 따르면 전문대학의 간호조무 관련 학과 졸업자는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게다가 지난 2016년 10월, 헌법재판소는 관련해 헌법소원을 각하하기도 했다. 당시 헌재는 전문대학을 소유하고 있는 학교법인과 고등학생 4명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심판대상조항의 위헌여부를 다툴 자기관련성을 갖췄다고 할 수 없다며 각하했다. 간호단체에선 사실상 의료법에 관한 정당성을 인정한 합당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법사위 결정에 간호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17일 성명서를 통해 “조 의원은 위헌을 주장하며 제기됐던 헌법소원심판이 2016년에 각하로 결정된 사실조차 모르면서 어떻게 위헌을 함부로 운운할 수 있는지 법사위 위원으로서의 자질이 심히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간협 관계자는 “법사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서도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에 대해 지적한 내용이 없다”며 “법안 내용을 제대로 모르고, 검증 없이 간무협 쪽 주장만 듣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간호와 돌봄을 바꾸는 시민행동도 “조 의원의 발언은 천박한 수준의 가짜뉴스”라면서 “전문대에서 간호조무사 양성을 허용하지 않는 건 간호법이 아니라 현행 의료법이다. 조 의원은 특정단체의 일방적 주장을 아무런 검증 없이 위헌이라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2016년 헌법재판소는 위헌이 아닌 각하 결정을 했다”고 반박했다.
야당은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법사위원장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양곡관리법을 법사위 2소위에 회부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법사위 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 등의 본회의 직행을 막기 위한 의도적 행위”라며 집단 퇴장했다.
민주당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법사위가 국민의힘의 마음에 들지 않는 법안들을 이유 없이 붙들고 있다가 이제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 제2소위에 안건을 회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사위가 소위 회부만 해놓고 이런저런 핑계로 심사를 하지 않을 경우엔 국회법에 정해진 절차와 민주당의 권능을 활용해서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것을 미루지 않겠다”며 “간호법·의료법 등 여러 법안이 특별한 이유 없이 법사위에 붙잡혀있을 경우 2월 국회부터는 본격적으로 처리한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