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설 연휴 첫날인 21일 오전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를 예고 없이 찾아 조문했다.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는 “도둑 방문”이라고 비판하며 이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시민분향소를 방문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장관은 현장에 있던 유족들에게 거듭 대화를 요청했다. 유족 측이 사퇴를 요구하니 ‘나중에 얘기하자’며 분향소에 도착한지 5분 만에 현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이 장관의 조문과 관련한 성명을 내고 “공식적인 사과나 사퇴 요구에 대한 대답도 없는 이상민 장관의 일방적인 방문을 규탄한다”며 “참사를 예방하지 못한 재난 관리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러 왔다고 설명했으나 유가족들에게 사전 연락도 없는 일방적인 방문에 불과했다”며 “이번 참사의 핵심 책임자로서 통렬한 반성과 사죄의 말도 없이 ‘도둑 조문’을 오는 뻔뻔한 행태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기영 행안부 대변인은 이 장관의 예고 없는 방문에 대해 “(이 장관이) 몇 차례 유가족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면서 “설 전에 분향하고 유가족이 계시면 만나려고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진정성을 가지고 가셨는데 유가족이 생각보다 많이 안 계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 6일 이태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현재 제게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야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를 거부한 바 있다.
한편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오는 22일 오후 3시 분향소에 모여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진상규명 의지를 다짐하는 ‘설맞이 상차림’을 할 계획이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