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건강보험 개혁안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예고한 탓이다. 일각에선 뇌종양, 치매 등 심각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정부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혁안 마련 작업에 착수해 오는 9월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으로는 ‘문재인 케어 폐기’가 유력하게 검토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문재인 케어를 직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을 파탄시켜,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결국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하게 돼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 보장률 70%를 목표로 시행된 ‘보장성 강화 정책’이다. 초음파, MRI 등 고비용인 3800여개 비급여(본인이 모두 부담해야 하는 진료비) 진료 항목를 단계적으로 완전히 없애는 내용이 담겼다.
윤 정부는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의료남용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국민 의료비 부담이 증가했다고 봤다.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의학적 필요도를 기반으로 기준을 재점검할 방침이다.
아직 구체적인 개혁안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의학적 근거’에 따라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가령 두통·어지럼에 따른 뇌·뇌혈관 MRI를 찍을 때 급여가 인정되던 것을 신경학적 검사상 이상소견이 있는 경우에만 한정하겠다는 식이다.
이를 두고 환자들의 질병 예방 기회가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관계자는 “MRI의 경우 치매나 뇌종양, 강직성척추염 등의 심각한 질병을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진료”라며 “상식적으로 한두 사람이 악용한 것보다 많은 사람들의 질병을 예방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확보에도 큰 효과가 없을뿐더러 보장성도 후퇴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그는 “MRI나 초음파가 건보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0.2% 정도로 크지 않다. 이를 손질한다고 해도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는다”며 “오히려 MRI·초음파 급여화를 줄이면 보장성을 후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건강보험 보장률은 소폭 올랐다. 2021년도 건강보험 보장률을 자세히 살펴보면, 초음파의 급여 확대 등으로 종합병원급 이상의 보장률은 전년 대비 0.5%p 증가한 69.1%로 나타났다.
문재인 케어를 손질할 경우 건보 보장성 후퇴는 불가피해 보인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MRI나 초음파를 찍을 때 의학적으로 환자에게 필요한지 정하는 기준을 엄격하게 하게 되면 비급여 검사가 늘고 결국엔 보장률이 떨어질 수 있다”며 “중요한 건 비급여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근본적으론 국가가 나서서 비급여 가격을 통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도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급여화를 해도 보장률을 올리기 어려운데,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보장률은 앞으로 계속 떨어질 것”이라며 “전반적으로는 환자들의 병원비 부담이 커질 것이다. 특히 입원 치료 등 생명에 직결되는 치료조차도 본인 부담금이 많아지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