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탑승 시위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2월2일 사태해결을 위한 단독면담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양측이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장연은 정부예산 중 탈시설, 활동지원 등 장애인 권리 예산의 법제화와 대폭 증액을 요구하며 서울시내 지하철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시다'로 명명된 탑승 시위를 벌여왔다. 휠체어를 탄 전장연 회원들이 출근길 지하철에 올랐다가 내리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열차 출발을 지연시키는 방식이다.
2021년 12월부터 시작된 이 시위는 시민 일상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바쁜 출근길에 시민불편을 가중시키는 불법행위라는 비난과 일상에서 잊힌 장애인들의 권리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지지가 엇갈렸다.
인권 단체 관계자는 "수업을 가고, 출근을 하고, 약속에 가기 위해 지하철 게이트를 넘을 때마다 '누가 이 뒤에 남겨져 있는지'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라며 지하철 탑승 시위 의의를 설명한다.
그러면서 "누군가에게는 불법적 행동이 되고, 자연스럽게 여겨왔던 일상의 속도는 누군가를 배제하고서만 유지됐다는 걸 꼼짝없이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은 자신이 누려왔던 일상과 공간, 속도에 대해 무겁게 질문하고 말 거는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장애인 권리 예산 문제는 정부나 국회차원에서 해결해야지 시가 관여할 수는 없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어왔다. 그러면서도 서울 지하철이 전장연의 선전장으로 전락하면서 겪는 시민불편이 더는 인내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시는 전장연 관계자들과의 물리적 충돌을 최소화하는 역사 무정차 통과로 대응해왔지만 시민불편이라는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탑승 시위로 인한 사회적 손실비용이 445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하며 소송전을 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흘 남은 단독 면담이 기대를 모으는 것은 '약자와의 동행' 시정철학으로 삼고 있는 오 시장이 그동안 거부했던 전장연 측과의 단독면담을 수락하면서 사태해결을 위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그동안 탈시설 등과 관련된 다양한 장애인단체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전장연에 공동면담 참여를 제안하면서 개별 면담 개최가능성을 일축해왔다. 오 시장도 "'약자와의 동행'이 불법까지 용인하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며 "불법에 관한 한 이제 더 이상의 관용은 없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단독 면담이 전격적으로 성사된 구체적 배경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어떤 의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릴지도 현재까진 불투명하다. 한차원 높은 강경대응을 위한 서울시의 명분쌓기용이라는 불편한 전망도 있다.
서울시는 "오 시장이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장연에 조건 없는 단독면담을 제안할 것을 지시하면서 이루어졌다"고만 알린 상태다.
전장연 측은 오 시장과 처음 마주하는 자리인만큼 적지 않은 기대를 거는 눈치다. 최대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가 장애인 권리 예산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이를 지렛대 삼아 정부를 설득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여당 내 오 시장의 정치적 위상도 고려한 것이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 공동대표는 지난 28일 영상브리핑을 통해 "이번 대화자리에서 누군가가 이기고 지는 전장이 아닌 문제 해결에 초점을 둔 대화를 원한다"며 "장애인 문제에 대해서 중앙정부, 지자체, 시민들도 모두 그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전장연의 투쟁을 비난하는 방식으로는 22년간 무정차 해 온 장애인의 권리 문제가 결코 해결될 수 없음을 말씀드린다"며 "이번 대화가 형식적인 절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해결방안에 대해 모두가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손대선 기자 sds110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