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필수의료 분야의 형사소송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해당 분야의 전공 기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다. 다만 환자들에게만 불리한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6일 정부에 따르면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달 30일 필수의료 대책 사전설명회에서 “전공의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이유가 안정적인 진료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어 의료인 형사처벌 특례법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특례법에는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 의료인에게 형법상 과실치사상죄 적용을 배제하고,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의료인이 느끼는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감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다. 다만 대리수술 등 의료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의료사고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환자들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인 형사처벌 특례법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사건을 기점으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신생아 4명이 패혈증으로 연달아 숨졌다. 원인으로 오염된 주사기 사용이 지목됐다. 이에 신생아 중환자실을 담당했던 주치의와 간호사 등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으나 재판 결과 모두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의료계에서는 필수의료 분야의 소송 부담을 줄여줘야 전공의 지원율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6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한 선한 의도로 진료 행위를 했는데, 결과로서만 판단하고 법적인 책임을 묻는다면 의사도 소시민이기 때문에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의사 개인 입장에선 현장을 열악하게 느끼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리수술 등 비위가 있는 의사들에 대해 방어막을 치겠다는 취지가 아니다. 대리수술 같은 부분은 오히려 처벌이 더 강화돼야 한다”면서 “환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 의사들이 사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 보호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뜻에서 특례법 제정을 제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환자단체는 현재 의료사고에 대한 입증책임이 환자에게 있는데, 특례법까지 제정되면 절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은 의학적 전문성과 정보 비대칭성을 특징으로 하는 의료행위에 있어서 의료과실과 의료사고와의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 또 소송을 위해서는 고액의 비용과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의료분쟁에 있어서 환자는 절대적 약자”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필수의료의 근본적인 해법은 의료적 전문성을 가지고 직접 의료행위를 한 의료인이 의료과실이 없거나 의료사고와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도록 하는 입증책임 전환을 입법화하는 조치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의료사고 책임을 의사가 아닌 기관에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의료사고의 경우 인력 부족으로 생기는 문제”라며 “현장에서는 전문의나 간호사를 너무 적게 고용하고, 전공의에 의존하는 구조라 밤에 비몽사몽으로 처방하며 사고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환자에 입증책임이 있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라며 “중대재해처벌법처럼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시스템이 바뀔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